어드벤쳐

플로우 2024(Flow 2024)

상큼새콤 영화 발견 2024. 12. 5.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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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긴츠 질발로디스

작가
긴츠 질발로디스
마티스 카자



자신의 반영을 본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공간과 존재를 즉각적으로 확인하는 증거를 얻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자기 인식을 통해, 우리는 살아가는 데 동반되는 고충을 겪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공감의 마음을 확장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라트비아의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Gints Zilbalodis)의 3DCG 애니메이션 장편 영화 '플로우(Flow)'는 이러한 주제를 담아냅니다. 대사 없이 진행되는 이 작품은 물웅덩이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동물들의 모습으로 시작과 끝을 장식합니다. 이러한 장면은 영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영화의 핵심인 순수한 시네마틱 표현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려는 의도를 드러냅니다. 이 두 장면 사이에는 개인주의와 공동체 간의 거리를 메우는 여정이 펼쳐집니다.


라트비아가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에 출품한 '플로우'는 삶의 본질과 이타적인 협력의 정신을 반영하며, 서사적 명확성을 통해 동화 같은 이야기의 timeless함을 전달합니다. 동시에 시각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기술을 혁신적으로 확장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인간의 반려동물로 사랑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고양이로,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사람이 사라진 세상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영화 속 세상은 인류의 흔적을 점차 회복해가는 지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이 점점 불어나면서 모든 것을 삼켜가고, 고양이는 문자 그대로 자신만의 섬에 갇힙니다. 물에 잠긴 거대한 고양이 동상은 고양이 동반자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물이었으나, 이제 거의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고양이가 익숙한 고립에서 벗어나 생존해야 하는 상황을 만듭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들이 물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우리 자신의 이기심을 내려놓고, 멸종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공동체적 사고를 채택해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후, 고래가 한때 도시의 거리였던 곳을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은 자연 앞에서 인간의 야망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고양이는 떠다니는 배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카피바라와 함께 안전을 찾습니다. 이후, 항상 유쾌한 래브라도 강아지, 위풍당당한 서기새, 그리고 다소 통제 불가능한 여우원숭이가 합류하며, 이들이 서로 의지하게 되는 모험이 시작됩니다. 멀리 보이는 날카롭고 높은 산봉우리가 이 털 달린 여행자들과 깃털 달린 친구들에게 길잡이처럼 보입니다. 

이들 사이의 관계는 코를 문지르는 사소한 행동, 음식을 나누는 관대한 제스처, 그리고 때로는 새로운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폭력과 소멸의 위험을 무릅쓰는 결정과 같은 행동을 통해 시험되고 강화됩니다. 서기새는 자신의 당당한 자세로 리더십을 발휘하며 다른 이들에게 영향력을 미칩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큰 호기심으로 동료 여행자들과 주변 환경을 관찰하며, 이러한 행동이 유대감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카메라는 물속에서 배의 안전지대로 이어지는 동물들의 여정을 긴 롱테이크로 따라가며, 마치 이 모든 일이 바로 눈앞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질발로디스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은 삶의 예측 불가능성을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재현하며, 세부적인 장면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푸른 숲, 건축물, 물의 질감을 섬세하게 묘사한 아티스트들의 작업은 회화적이면서도 생동감 있는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이는 디즈니의 하이브리드 실사 애니메이션(예: 2019년 '라이온 킹')처럼 영혼 없는 하이퍼리얼리즘이 아닙니다. '플로우'의 캐릭터들은 그래픽적이고 스타일화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빛이 몸의 색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질발로디스는 동물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이들 사이에 형성된 작은 사회를 생동감 있게 묘사합니다. 배 위의 작은 생태계에서 각 개체의 행동은 전체 그룹에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멤버를 받아들이는 결정과 같은 문제를 통해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독은 이들의 본능적 생존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꿈속에서 고양이가 물을 피해 달아나는 사슴 떼를 본다거나, 생명을 잃는 장면을 통해 이들의 내면과 영적 특성을 더욱 풍부하게 묘사합니다. 특히, 죽음을 다룬 장면은 올해의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시퀀스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이들의 세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사운드스케이프에 드문드문 더해지는 음악은 감독과 작곡가 리하르드 잘루페(Rihards Zaļupe)가 공동 작곡한 것으로, 단순하면서도 숭고한 미니멀리즘으로 긴장감과 평온함을 동시에 고조시킵니다.


배의 이전 주인들이 남겨둔 물건들 중 손거울을 발견한 여우원숭이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며 일종의 개성을 주장하는 듯합니다. 그런 다음, 그 발견을 다른 동물들과 이타적으로 공유합니다. 이 동물들은 우리 안에 있는 고귀한 특성을 반영하며, 이를 통해 우리도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들은 말없이 인간에게 우리가 서로를 하나의 전체로 보고, 사소한 갈등으로 나뉘지 않을 때만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음을 전하려는 듯합니다.

'플로우'는 기후 위기와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재난 속에서 서로의 존재만이 생존의 열쇠임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폭풍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며, 사슴들이 다시 숲을 자유롭게 뛰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제시합니다. 삶은 그 모든 아름다움과 슬픔 속에서 계속 흘러갈 것입니다. '플로우'는 우리에게 그 흐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묵직하게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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