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극장 2024(Theatre of Thought 2024)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Werner Herzog)
각본
베르너 헤어조크(Werner Herzog)
독일 출신의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크(Werner Herzog)는 인간의 내면과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탐험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화산의 중심, 세계에서 가장 깊은 동굴, 곰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 전념한 한 남자의 심리를 다룬 작품 등을 통해 우리 이해의 경계를 확장해 왔습니다. 이번 다큐멘터리 "Theater of Thought"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주제로 삼아 인간의 사고 과정, 사고의 구성 요소, 사고를 복제하거나 책처럼 읽는 것이 가능한지, 우리가 시뮬레이션 안에 살고 있는지 등 심오한 질문들을 던집니다.
헤어조크는 이러한 주제를 특유의 호기심으로 접근했지만, 결과물은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다소 산만한 느낌을 줍니다.
영화는 신경과학자 라파엘 유스테(Rafael Yuste)가 헤어조크에게 이 영화를 제작하도록 제안하면서 시작됩니다. 약 90분 길이의 다큐멘터리에서 헤어조크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수학자, 생명윤리학자, 그리고 다큐멘터리 "Man on Wire"에 등장했던 세계 무역 센터에서 줄타기를 했던 인물 등 다양한 사람들과 인간의 마음에 대해 인터뷰합니다.
헤어조크는 인간 뇌의 물리적, 형이상학적 요소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특유의 독일 억양과 유머 감각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예를 들어, 애플의 엔지니어에게 "Siri는 얼마나 멍청합니까?"라고 묻는 장면은 그의 독특한 스타일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수학자가 화이트보드에 방정식을 설명할 때, 갑자기 음향을 끊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이해하지 못하고, 여러분도 아마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헤어조크만의 재치와 솔직함을 드러냅니다.
다큐멘터리는 곳곳에서 흥미로운 순간들을 보여주지만, 전체적으로 큰 과학적·형이상학적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영화적 연출 면에서도 다소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인터뷰가 한 번에 한 명씩 이루어지는 구조는 반복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타임스 뉴로만(Times New Roman) 폰트 사용이나 붐 마이크가 보이는 실수는 세심함이 다소 부족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헤어조크 작품 특유의 소박한 매력을 더하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마치 호기심 많은 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홈 비디오를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헤어조크는 다큐멘터리에서 다양한 흥미로운 인물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는 록펠러 대학교의 한 교수와 만나 Hydra Vulgaris의 뇌 활동을 스캔하거나, 젊음을 유지하려는 데 전념하는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Bryan Johnson)의 신경 스캐너를 들여다봅니다. 또한, "Baby Shark" 영상이나 게임 "스타크래프트 II"의 컷신을 배경으로 시뮬레이션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래 인류가 그의 다음 영화를 만들기 위해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처럼 작품은 산만하고 불분명한 면이 있지만, 이는 관객들에게 헤어조크만의 매력과 독특한 시각을 경험하게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핵심은 인간의 마음과 과학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질문들입니다. 헤어조크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영화관 영사실에서 한 과학자를 인터뷰하며, 이 과학자가 우리의 뇌가 자극을 어떻게 지각으로 전환하는지를 설명하는 장면을 담습니다. 그 옆에는 오래된 영화 영사기가 놓여 있습니다.
이 순간은 헤어조크가 인간의 마음과 영화 스크린 사이의 연결고리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이 장면 외에는 시각적으로 눈길을 끄는 요소가 많지 않아, 단순히 헤어조크의 대화만 들어도 영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헤어조크의 열렬한 팬이라면 "Theater of Thought"에서 그의 독특한 스타일과 새로운 주제들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현실과 뇌의 해석 방식에 대한 질문들은 관객들에게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기보다는, 헤어조크 자신의 예술적 이해를 반영하는 데 그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하지 않지만, 관람 중 잠시 머리를 비우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