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로히림의 전쟁 2024(The Lord of the Rings: The War of the Rohirrim 2024)
출연진
브라이언 콕스(Brian Cox): 헬름 해머핸드(Helm Hammerhand) 목소리 역
가이아 와이즈(Gaia Wise): 헤라(Héra) 목소리 역
미란다 오토(Miranda Otto): 에오윈(Éowyn) 목소리 역
루크 파스콸리노(Luke Pasqualino): 울프(Wulf) 목소리 역
로레인 애쉬본(Lorraine Ashbourne): 올윈(Olwyn) 목소리 역
숀 둘리(Shaun Dooley): 프레카(Freca) 목소리 역
각본
아티 파파게오르기우(Arty Papageorgiou)
제프리 애디스(Jeffrey Addiss)
피비 깃틴스(Phoebe Gittins)
윌 매튜스(Will Matthews)
감독
켄지 카미야마(Kenji Kamiyama)
영화가 제작된 이유만으로도 그 영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켄지 카미야마(Kenji Kamiyama)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반지의 제왕: 로히림 전쟁(The Lord of the Rings: The War of the Rohirrim)"은 때로는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장면을 선사하지만, 결국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 프리퀄입니다.
이 작품은 뉴 라인 시네마(New Line Cinema)가 영화 판권을 잃지 않기 위해 서둘러 제작된 작품으로, 본질적으로 기업의 명령에 따라 탄생했다는 점에서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아마존의 톨킨 세계 확장 시도에 대항하기 위한 뉴 라인의 전략이었던 이 영화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이야기를 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하야오 미야자키(Hayao Miyazaki)나 신카이 마코토(Makoto Shinkai)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애니메이션의 경이로움이 드러나는 순간들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물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사랑이 결여된 채 제작된 작품으로, 능숙하게 만들어졌지만 영감을 잃어버린 듯한 자부심만 남았습니다. 스튜디오가 프랜차이즈 판권을 유지하기 위해 제작한 작품 중에서 이처럼 뻔히 의도가 드러나는 프로젝트를 최근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시작에서 에오윈(Éowyn) 역의 미란다 오토(Miranda Otto)가 다시 등장하여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그녀는 이 작품이 빌보 배긴스가 사우론의 반지를 손에 넣기 약 20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음을 설명합니다. 로한 왕국은 헬름 해머핸드(Helm Hammerhand)라는 이름만으로도 전설적인 왕(브라이언 콕스 분)이 다스리고 있으며, 그의 아들 하마(Hama, 야즈단 카푸리 분), 할레스(Haleth, 벤저민 웨인라이트 분), 헤라(Héra, 가이아 와이즈 분)와 함께 전성기를 지나 쇠퇴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주요 갈등은 던들링족의 지도자 프레카(Freca, 숀 둘리 분)가 헬름의 통치에 도전하며 자신의 아들 울프(Wulf, 루크 파스콸리노 분)와 헤라의 결혼을 제안하며 시작됩니다. 프레카는 이를 통해 두 집안의 전쟁을 끝내고자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헤라는 울프를 친구로만 여기며 왕위에 대한 야망이 없다고 선언합니다. 이에 격분한 프레카는 헬름 가문을 비방하고, 헬름은 이를 참지 못하고 전통적인 결투를 제안합니다.
그러나 상황은 헬름이 단 한 번의 주먹으로 프레카를 실수로 죽이면서 치명적으로 악화됩니다(브라이언 콕스는 이 장면에서 “말도 안 돼. 단 한 번 때렸을 뿐이야.”라고 말하며 자부심과 후회의 감정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분노한 울프는 로한 왕국에 대한 복수를 맹세하며, 몇 년간의 포위와 공격을 준비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들의 깊이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특히 헤라 역의 가이아 와이즈가 즉각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부분입니다. 카미야마 감독이 영화의 속도를 늦추고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순간들은 드물게 찾아옵니다.
초반부 헤라가 거대한 독수리와 유대감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이 장면은 거의 대사가 없지만 헤라의 자연에 대한 사랑과 승마 실력을 잘 보여줍니다. 독수리를 뒤쫓다가 날개의 그림자 아래 갇히는 헤라의 모습은 그녀가 앞으로 겪게 될 시련과 역경을 예고하는 장면으로도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영화 전체에 더 많이 등장하지 않는 점이 아쉽습니다. 예를 들어, 헤라가 올리펀트를 쓰러뜨리는 장면 이후 바로 울프의 부하들에게 너무 쉽게 포로로 잡히는 장면은 캐릭터의 일관성을 방해하며 관객들에게 충격을 줍니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은 부실한 서사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마저도 일관되지 않습니다. 전투 장면에서는 다이내믹한 카메라 연출과 자유로운 시각적 표현으로 빛을 발합니다. 특히 울프와 헤라가 칼로 대결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검의 궤적을 따라가는 카메라가 몰입감을 높여줍니다(테니스 라켓의 시점을 활용한 영화 “챌린저스(Challengers)”의 연출을 연상케 하지만, 무기가 칼과 같은 치명적인 도구로 바뀌었다고 보면 됩니다).
헬름 해머핸드가 적을 압도하는 장면에서 브라이언 콕스의 목소리는 굉장히 강렬하며, 그가 망치를 휘두를 때마다 적의 뼈가 부서지는 충격이 생생히 전달됩니다. 그러나 전투 장면 외의 캐릭터 대화에서는 캐릭터들의 얼굴 표정이 마치 종이 인형처럼 평면적으로 표현되며, 배우들이 감정을 담아낸 대사와 충돌해 이질적인 느낌을 줍니다.
이 영화는 헬름 협곡의 전장이 어떻게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 프랜차이즈와 연결될 수 있는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이런 연결을 남용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팬 서비스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닙니다. 한 예로, 한 오크가 “모르도르가 반지를 원해서 뭐 하려고?”라고 질문하는 장면에서는 지나치게 진지한 톤이 오히려 웃음을 유발할 정도입니다. 이 순간, 사우론이 직접 등장해 이유를 설명할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영화가 자신의 독립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순간은 헤라가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왕족의 오만함과 부패한 야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출 때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영화는 프랜차이즈의 더 나은 작품들을 모방하려는 유령 같은 존재로 남습니다. 생명과 형태를 갖춘 듯 보이지만, 속은 텅 빈 영화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