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색 2025(The Colors Within 2025)

장르:
애니메이션 / 성장 드라마
상영 시간:
101분

감독:
야마다 나오코
각본:
요시다 레이코

출연
히구라시 토츠코 (목소리): 스즈카와 사유
사쿠나가 키미 (목소리): 타카이시 아카리
카게히라 루이 (목소리): 키도 타이세이
모모치 사쿠 (목소리): 야스코
나나쿠보 시호 (목소리): 유우키 아오이
야츠시카 스미카 (목소리): 코토부키 미나코
키미의 할머니 (목소리): 토다 케이코
히요시키 수녀 (목소리): 아라가키 유이

일본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드라마 The Colors Within은 혼란스러운 빛과 소리의 번쩍임으로 시작합니다. 그 이후에 전개되는 영화는 처음에는 전형적인 성장담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주인공 히구라시 토츠코(스즈카와 사유 분)는 활발하고 순진한 외톨이 소녀로, 그녀는 공감각 증세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사람들의 아우라를 밝고 생생한 색채의 요동치는 선으로 보는 능력을 지녔으며, 이는 영화 전반에 걸쳐 시각적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정작 영화 속 인물들은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토츠코는 어느 날 갑자기 학교를 그만둔 인기 있지만 내성적인 동급생, 사쿠나가 키미(타카이시 아카리 분)를 쫓아다니기 시작합니다.
토츠코의 강아지 같은 짝사랑은 이 영화가 싱그럽고 섬세한 성장 드라마일 뿐 아니라 십대 로맨스 영화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그러나 그건 반은 맞고 반은 아닙니다.
토츠코와 키미는 금세 친해지며, 외딴 섬의 예배당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 카게히라 루이(키도 타이세이 분)와 함께 밴드를 결성하게 됩니다.

루이는 예배당 관리인 역할을 하며, 그 대가로 ‘테레민’ 연주를 허락받습니다.
그리하여 토츠코는 키미와 함께 밴드 활동을 시작하고, 키미는 기타를, 토츠코는 신시사이저를 연주합니다.
이들의 만남은 토츠코의 공감각처럼 순수하고 솔직하게 그려지며, 그들은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끌립니다. 한동안 토츠코는 자신이 매일같이 소리 내어 바치는 ‘평안 기도문’의 한 구절처럼 마음의 평화를 찾는 듯 보입니다.

그녀는 기도문 중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의 부분만 읊곤 합니다. 그러나 히요시키 수녀님(아라가키 유이 분)은 토츠코에게 나머지 문장도 상기시켜 줍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아는 지혜.”
이 개념은 영화 전반에 걸쳐 가볍지만 깊게 깔려 있으며, 영화의 그윽한 서사, 매혹적인 애니메이션 스타일,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영화 The Colors Within에서 기쁨과 우정은 매우 짧고 소중하게 그려지며, 이는 주인공들의 기억 속에 아름답게 박제된 듯한 장면들을 통해 드러납니다.

이 영화는 단지 토츠코의 시간만이 아닌, 그녀의 친구들, 그리고 자애로운 히요시키 수녀님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조용히 보여줍니다.
이런 점에서 The Colors Within은 종교적 신념에 대한 진지하고 설득력 있는 표현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이 다양한 기독교 예배당을 배경으로 하며, 세상을 아직 미숙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녀의 관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토츠코는 어느 순간, 이렇게 솔직하게 말합니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의 시점이 토츠코만의 것이 아님이 분명해집니다. 그녀와 친구들이 함께 보낸 시간은 찰나이며, 그 끝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직접 목격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클라이맥스 전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e Colors Within의 제작진은 이 이야기가 주인공들의 내면뿐 아니라, 외부의 감각과도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이 작품이 진정한 걸작이 되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는 다소 익숙한 이야기 구조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친해지고, 음악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며 결국 학교 공연을 준비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각 장면에서 시적이고 극적인 잠재력을 효과적으로 끌어냅니다. 비교적 긴 숏들 속에서 캐릭터들의 세계와 그 속을 지나가는 감정을 관객이 더욱 깊이 체험할 수 있게 합니다.
영화의 초반, 세계가 처음 열리는 순간으로 돌아가 보면, 토츠코와 친구들은 피구를 할 때조차도 리드미컬하고 기묘한 아름다움을 지닌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그 움직임은 움직이는 본인들조차 이해하지 못할 듯한 흐름입니다. 그러다 토츠코는 미키에게 정신이 팔려 공에 얼굴을 맞고 맙니다. 그녀는 혼잣말로 “아름다워”라고 중얼거립니다. 공은 바닥에 튕기고 튀다가 조용히 멈춥니다.

우리의 감각은 중고 서점의 책장처럼, 혹은 방 안에 자유롭게 놓인 여러 개의 책장이 나란히 놓여 있을 때처럼, 공간의 독특한 질서와 조화를 감지합니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종종 긴 숏 속에서 중심에 위치해 있지만, 결코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커 보이지 않습니다.
이 기숙학교 또한 나름의 중력과 차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높다란 창문은 노르스름하고 빛바랜 흰색의 과노출된 햇살을 들이고, 계단은 부분적으로만 비춰지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 모든 것은 마치 ‘병 속의 시간’처럼 아늑하고 감미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