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된 욕망(2024(Grafted 2024)

장르: 공포
상영시간: 93분
감독:
사샤 레인보우 (Sasha Rainbow)
각본:
허이링 오 (Hweiling Ow)
리 머레이 (Lee Murray)
미아 마라마라 (Mia Maramara)

출연진:
조이너 선 (Joyena Sun) — 웨이
제스 홍 (Jess Hong) — 안젤라 / 웨이
에덴 하트 (Eden Hart) — 이브 / 웨이
자레드 터너 (Jared Turner) — 폴
세피 토아 (Sepi Toa) — 자스민
마크 미치슨 (Mark Mitchinson) — 존

<Grafted>는 여성성과 그로테스크함이 교차하는 지점을 다루는 바디 호러 영화의 최근 흐름 속에 있는 작품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영화는 이 트렌드 중 가장 성공적인 예시인 <The Substance>와 비교될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비교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두 영화 모두 여성 간의 경쟁과 미의 기준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만화적 팝아트 스타일을 취하고 있고, 그 결과 표현 방식은 마치 야구방망이나 달궈진 고데기처럼 직설적입니다.
두 영화 모두 여성 간의 질투, 그리고 ‘이상적인 여성의 신체’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 신체 탈취 욕망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Grafted>에서는 중국인 유학생 ‘웨이’(조이나 선 분)가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건너와 이모인 ‘링’(샤오 후 분)과 사촌 ‘안젤라’(제스 홍 분)의 집에 머물며 현지 대학에 다니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안젤라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고, 이민자 정체성을 지닌 사촌 웨이를 부끄러워합니다.
예컨대 웨이가 중국 식당에서 닭발을 시키는 장면에서 안젤라는 자신의 다양한 인종 배경의 친구들 앞에서 민망해하고 불편해합니다.
물론 이것은 안젤라의 불합리한 반응이자 자기 뿌리로부터의 고립감을 드러내는 장면이지만, 영화는 안젤라에게는 거의 공감을 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유일하게 웨이에게 친절을 베푸는 자스민(세피 토아 분)에게만 따뜻한 시선을 보냅니다.

이 모든 설정은 결국 중심 이야기인 신체 바꾸기 플롯을 위한 전개입니다. 또 다른 하위 플롯으로는 ‘이브’(에덴 하트 분)가 웨이의 작업물을 훔치는 교수와 불륜을 맺고 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웨이는 사실상 광기 어린 과학자에 가까운 인물로, 2002년작 <엑시전(Excision)>의 안나린 맥코드나 <메이(May)>의 앤젤라 베티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녀는 죽은 아버지의 피부 이식 실험을 이어가고자 집착하고 있으며, 벽에 붙어 있는 수술 사진들은 누가 봐도 기괴합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이야기들이 본격적으로 하나로 얽히는 시점은 영화 중반 이후이며, 이 시점은 다소 늦은 감이 있습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리듬은 고르지 않으며, 후반부는 과학적 음모와 신체 훼손, 핑크색 액체가 담긴 주사기, 고무 같은 살을 가르는 메스 등으로 빠르게 전개됩니다.
거실 벽의 구멍이라든가, 웨이의 혈청을 작동시키는 ‘시체꽃(corpse flower)’ 같은 설정은 색다르긴 하지만 그다지 깊은 의미는 없습니다.
연출을 맡은 사샤 레인보우 감독은 구도 감각이 뛰어나며, 버블껌처럼 발랄한 소녀스러움과 과장된 캠프 스타일을 구분하면서도 두 요소가 영화의 ‘고어’와 잘 대비되도록 비주얼 스타일을 유지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십대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이들은 서로의 말투, 목소리, 성격을 흉내 내면서도 그 안에서 여전히 ‘자신이 아닌 누군가’로 살아가려는 혼란을 표현해야 했습니다. (자스민 역의 토아는 유일하게 한 인물만 연기합니다.)
이 연기는 슬픔과 공포, 코미디의 세 가지 감정선을 오가야 하며, 각 배우는 한 감정에 뛰어난 장점을 보이면서도(선은 슬픔, 홍은 공포, 하트는 코미디) 서로를 설득력 있게 따라 해냅니다. 이는 감독의 섬세한 디렉팅과 배우들 간의 친밀한 호흡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Grafted>는 <The Substance>보다는 훨씬 B급 영화에 가깝습니다. 세련된 연출은 있지만, 예술영화로서의 야망은 크지 않습니다.
줄거리 설명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등장인물이 읽는 기사의 텍스트가 화면에 그대로 뜨는 방식을 사용하며, 그만큼 관객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영화는 샤더(Shudder) 플랫폼에서 10대 소녀들과 고어 팬들에게 적당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 될 것이며, 이런 두 집단의 교집합이 점점 더 늘어나는 시대에 즐길 만한 영화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