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스 2025(Presence 2025)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85분
감독/촬영/편집:
스티븐 소더버그
각본:
데이비드 코엡

출연진
루시 리우 – 레베카
줄리아 폭스 – 세세
크리스 설리번 – 크리스
칼리나 리앙 – 클로이
웨스트 멀홀랜드 – 라이언
루카스 파파엘리아스 – 칼

Presence는 전적으로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드문 영화이며, 카메라가 영혼의 시선을 대변하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어떤 종류의 영혼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새로운 단서들이 조금씩 주어지고, 결국 모든 것이 밝혀집니다.
이야기의 중심 인물은 바로 그 ‘존재’ 자체입니다. 영화는 이 존재가 빈 집 안을 거닐며 사람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관찰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부동산 중개인인 세세(줄리아 폭스 분)가 집을 보여주기 위해 나타나고, 이 집에 이사 오게 될 ‘페인’ 가족이 등장합니다. 어머니 레베카(루시 리우 분)는 목표 지향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며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지 않은, 일 중독적인 경영자 타입입니다.

남편 크리스(크리스 설리번 분)는 어깨가 넓은 건장한 체격을 가졌지만 온화한 성격을 지녔습니다. 십대 아들 타일러(에디 매대이 분)는 활기차고 거만하며 공감 능력이 부족한데, 어머니와 닮은 성격으로 보이며, 훗날 ‘세상을 지배하는 자’가 될 기세입니다.
그리고 십대 딸 클로이(칼리나 리앙 분)가 있습니다. 그녀는 최근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슬픔의 안개 속에 머물러 있는 상태입니다.
클로이는 그 존재의 존재를 가장 먼저 인지합니다. 영화 시작 장면에서 그녀는 매우 담담한 태도로 카메라, 즉 존재를 똑바로 바라봅니다.

그녀는 영화 <식스 센스> 속 소년처럼 ‘죽은 사람들을 본다’기보다는, 가까이 있을 때 그들을 ‘느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재능이 있지만, 이전까지 스스로도 이를 명확히 인식하거나 발전시키지 못했기에 설명하기 어렵고, 간헐적으로만 드러납니다.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처음엔 이 집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만, 물건이 공중으로 날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점차 수긍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외부 인물들이 집을 방문합니다. 페인트공 팀의 리더 칼(다니엘 다니엘슨 분), 영매(내털리 울람스-토레스 분), 타일러의 새 친구 라이언(웨스트 멀홀랜드 분) 등이 등장하며, 라이언은 자신감 있고 말솜씨 좋은 인기 있는 학생으로, 클로이에게 호감을 품고 결국 연인이 됩니다.
이들 모두는 존재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촉하게 되며, 존재 역시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뇌합니다.

Presence는 상징적인 요소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중심 가족의 이름이 ‘페인(Payne, 고통)’이며, 우울증에 시달리는 딸의 가운데 이름이 ‘블루(Blue)’인 것이 그 예입니다.
블루는 일반적으로 슬픔을 상징하지만, 가톨릭에서는 은총의 상태나 지혜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크리스는 자신의 이름이 예수 그리스도를 연상시킨다고 불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들은 이야기의 단서를 넘어서, 서사를 풍성하게 하는 ‘향신료’ 같은 요소들입니다. 물론 영화는 일종의 미스터리이기도 합니다.
“이 존재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존재는 가족이나 집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와 같은 질문이 중심을 이루지만, 흔히 말하는 ‘퍼즐 영화’처럼 관객이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판에서 해답을 찾아내고는 잊어버리는 게임의 클리어 조건 같은 종류는 아닙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들이 관객의 해석을 바꾸어 놓습니다. 존재는 일종의 심리적 자기 발견의 여정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식스 센스 속 유령처럼 자신이 죽은 줄 모르는 상태는 아니고, 살아 있을 때 겪었던 감정적 도전과 도덕적 시험을 지나며 자아를 명확히 정립해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다만, Presence는 모든 서브플롯을 고르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특히 크리스와 레베카의 흔들리는 결혼 관계나 레베카의 비윤리적인 사업 거래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 않고, 이야기 흐름상 생략된 부분이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완성도 있는 성명을 담은 작품이며, 인간은 자신의 선택과 행동의 총합이라는 진지한 믿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쁜 길로 들어섰다면 사후에 그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신념도 드러납니다.

이 영화의 각본은 데이비드 코엡이 썼습니다.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다수의 영화 각본을 담당했던 작가이며, 본인도 유령이 등장하는 영화를 감독한 경력이 있습니다.
연출과 촬영, 편집은 스티븐 소더버그가 맡았습니다. 그는 평소에도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작품에서는 단순한 연출자를 넘어 하나의 ‘배우’로서도 활동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장면에 물리적으로 참여하며 존재의 시점을 구현했고, 플롯과 인물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 연기를 펼쳤습니다.
반복 관람 시 더 깊은 이해를 불러일으킬 법한 촬영 기법들이 영화 곳곳에 깔려 있으며, 중심 미스터리가 밝혀진 이후에도 서사의 구조를 다시금 조망하게 만듭니다.

영화 전체를 자세히 설명하면 주요 전개가 모두 스포일러가 되어버리기에 이 리뷰에서는 일부러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Presence는 공포 영화도, 전통적인 유령 이야기조차도 아니며, 도덕성, 책임, 자기 탐구, 개인의 진화를 다룬 드라마라는 점입니다.
이 모든 것이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은 이의 시선을 통해 전개됩니다. 지금은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신 후에는 이 모든 설명이 자연스럽게 이해되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