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러브 2025(원제: Love Hurts 2025)

장르: 액션, 로맨틱 코미디
러닝타임: 83분
감독:
조나단 유세비오
각본:
조쉬 스토다드,
매튜 머레이
스크린플레이:
루크 패스모어

출연:
케이 후이 콴 (마빈 게이블)
아리아나 드보스 (로즈 칼라일)
다니엘 우 (너클스 게이블)
션 애스틴 (클리프 커식)
무스타파 샤키르 (더 레이븐)
리오 팁튼 (애슐리)

“Love Hurts”는 ‘헌신 결핍’에 시달리는 영화입니다.
이 로맨틱 액션 코미디 영화는 복고풍 착취 영화(exploitation film)의 외형에 현대적인 광택을 입히려는 시도를 하지만, 정작 로맨스도, 액션도, 코미디도 진심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이는 우연이라기보다 영화의 본질을 드러내는 설정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과거를 감추고 조용히 살아가던 전직 청부살인업자 마빈 게이블(계 후이 콴 분)이 부동산 중개인으로 새 삶을 살아가던 중, 잊고 지냈던 과거가 그를 다시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마빈은 자신이 타인에게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가짜 삶을 팔아왔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처럼 허울뿐인 설정은 영화 전체의 상태를 암시합니다. Quan 배우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미지근한 영화에서 진심을 살 수 있는 단 1제곱미터조차 없습니다.

첫 장편 연출을 맡은 조너선 유세비오 감독에게는 뼈아픈 실책이 되었습니다. 그는 최근 SXSW에서 화제를 모은 데이빗 리치 감독의 <더 폴 가이>에서 무술 감독으로 활약한 바 있고, <노바디>와 <바이올런트 나이트> 제작에 참여했던 리치 감독의 지원 속에 감독 데뷔를 꿈꿨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Love Hurts>는 시동을 제대로 걸지 못하고 곧장 ‘통제 불능의 참사’라는 벽에 부딪히고 맙니다. 유세비오 감독이 연출한 액션 장면은 흐릿하고 박진감이 없으며, 영화의 일관되지 못한 분위기는 로맨스를 기대하는 관객조차 지치게 만듭니다.
억지로 늘린 듯한 대본은 글자 크기를 키워 페이지 수를 부풀린 느낌마저 주며, 배우들이 잘못 캐스팅된 것인지 아니면 지루한 대사 탓에 제대로 연기할 수 없었던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Love Hurts>는 <러블 인 더 브롱크스>와 1970년대 착취 영화에 대한 오마주 사이에서 갈팡질팡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시도들은 목표에 미치지 못합니다.
영화는 마빈을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처럼 묘사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억지스럽습니다. 안경에 촌스러운 스웨터를 입은 마빈은 분홍 하트 모양의 쿠키를 굽고, 정원 장식을 감상하며, 길가의 캔을 주워 재활용하면서 자전거로 출근합니다.
그의 캐릭터는 “당신을 위한 집을 찾습니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부동산 광고의 연장선처럼 보이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Quan 배우가 보여준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재활용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의 따뜻한 모습은 엇박자 편집에 의해 지속적으로 흐트러집니다. 마빈이 우울한 조수 애슐리(리오 팁턴 분)와 통화할 때, 두 사람을 오가는 컷은 Quan 배우가 쌓아가려는 호감형 이미지마저 갉아먹는 느낌입니다.
짧은 83분의 러닝타임 동안에도 Quan 배우의 밝은 성격에 어울리는 상대역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습니다. <구니스>에서 함께했던 숀 애스틴이 마빈의 카우보이 사장 역으로 등장하지만, 한 장면 외에는 비중이 없습니다.
머스타파 샤키르는 시적인 킬러로 나오지만, 반복되는 단 한 가지 농담 외엔 역할이 없습니다. 마숀 린치와 오티스 앙드레 에릭슨이 콤비 킬러로 등장하지만, 유세비오 감독의 난도질 편집은 이들의 유쾌한 호흡을 모조리 잘라버립니다.

가장 실망스러운 인물은 마빈의 과거 연인이자 이번 사건의 중심인 로즈 칼라일(아리아나 데보스 분)입니다. 과거 마빈의 형제이자 암흑 세계의 인물 너클스(다니엘 우 분)는 회삿돈을 훔친 변호사 로즈를 제거하라고 명령하지만, 마빈은 그녀를 살려두고 본인의 살인 본능을 잠재웠습니다.
시간이 흘러 로즈가 다시 나타나 발렌타인데이 편지를 보내자, 너클스와 그의 부하 레미(캠 지갠뎃 분)는 마빈과 로즈를 죽이려 합니다. 데보스는 팜파탈을 연기하고 싶어 하지만, 그 역할에 필요한 농염한 분위기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크레이븐 더 헌터>와 <아가일> 같은 영화에서 이미 어정쩡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녀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보여주었던 빛나는 존재감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그때는 그녀를 중심으로 빛이 휘어졌다면, 지금은 그 안에 빛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Love Hurts>는 감정적으로도 설득력이 부족한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축은 로즈의 재등장으로 마빈이 새 삶을 지키고 싶어한다는 것인데, 그 새 삶이란 것이 과연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마빈은 연인도, 애완동물도 없는 채 획일적인 주택단지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누군가와 싸워가며 지켜야 할 인생이라기보다는 마치 ‘중간 지옥’ 같은 삶입니다.
<롱 키스 굿나잇>의 지나 데이비스는 딸과 재회하려는 감정적 동기가 있었지만, 마빈은 로즈마저 거절하고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의 “정상적인 삶”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아무 의미 없는 회색빛 일상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마빈이 로즈와의 관계를 망설이는 것이 잘된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Quan과 데보스는 로맨틱한 커플로서의 케미가 전혀 없습니다. 그들의 로맨스는 김빠진 탄산처럼 허공에 흩어지고 맙니다.
로맨스란 결국 공간 안에서 몸짓과 눈빛, 침묵 속의 에로스가 흐를 때 탄생하는 법인데, 유세비오 감독은 끊임없는 설명과 나레이션으로 두 사람의 속마음을 억지로 전달하려 합니다. 덕분에 이들의 사랑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워집니다.
액션 영화로서도 <Love Hurts>는 실망스럽습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죽음도, 멋진 전투도 거의 없습니다. 유세비오 감독은 과감한 액션 연출을 두려워하는 듯하며, 뛰어난 무술 안무를 시각적으로도 살리지 못합니다.

와와 기타와 현악이 울려 퍼지는 장면, 네온 조명으로 연출된 악당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착취 영화 특유의 거칠고 원색적인 미감을 끝끝내 보여주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단지 스타일만 따라한 ‘흉내내기’처럼 보일 뿐, 진짜 영화적인 쾌감은 없습니다. 이는 할리우드가 액션 영화의 재료는 알고 있지만, 비율과 조리법은 잊어버렸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