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트 2025(Locked 2025)

장르: 공포
러닝타임: 95분
감독:
데이비드 야로브스키
각본:
마이클 알렌 로스

출연:
빌 스카스가드: 에디 배리시 역
앤서니 홉킨스: 윌리엄 역
애슐리 카트라이트: 사라 역
마이클 에클런드: 칼 역
나비드 차르키: 버터 역
소피아 테세마: 립스틱 우먼 역

데이비드 야로브스키 감독의 영화 《Locked》는 빌 스카스가드의 저평가된 연기 폭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는 《노스페라투》 같은 작품에서의 음울한 캐릭터에서부터 이번 영화처럼 혼자 이끌어가는 공포 연기까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배우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화는 그에게 무엇을 시켜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전혀 모르는 듯한 인상입니다. 얕은 주제와 고문 장면들이 반복되다가 결국 만족스럽지 않은 결말로 이어집니다.
시작은 흥미롭지만, 영화는 그 이후로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않은 채, 스스로 만든 설정 안에서 꼼짝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합니다. 이 작품이 이야기하는 건 그저 "부자들은 다들 미쳐있다"는 식의 얄팍한 메시지뿐입니다.

에디(빌 스카스가드)는 과거에서 벗어나 딸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마지막 한탕만을 노리는 하류 범죄자입니다.
《Locked》에는 에디가 정말 악당인 버전이 존재했을 수도 있으며, 그 버전이라면 그에게 벌어지는 일이 일종의 업보인지 관객에게 고민을 던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습니다.
에디가 벌인 일이 진짜 침입조차 아니라는 점에서, 영화는 시작부터 위험을 회피합니다. 어느 날 외진 주차장에서 고급 SUV 한 대를 발견한 에디는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안을 살펴보지만, 곧 차 안에 갇히고 맙니다.
창문은 틴팅되어 구조를 요청할 수도 없고, 휴대폰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탈출을 시도하던 에디는 윌리엄(앤서니 홉킨스)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문자 그대로 전화를 통해 등장하는데, 이 인물은 제임스 완의 《쏘우》 시리즈에 나오는 지쏘 같은 전략가는 커녕, 오히려 징징대는 어른아이에 더 가깝습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뭘 원하는지도 말하지 않은 채, 주인공을 거의 영화 내내 고문합니다. 제가 본 영화 중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많이 전기 충격을 당한 영화는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에디가 욕을 하거나 반항만 해도 차에서 전기가 흐르고, 윌리엄은 차 안의 온도도 조절해 에디를 얼렸다가 땀을 쏟게 만듭니다. 에디가 탈수를 막기 위해 자신의 소변을 마시는 걸 고민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저도 더 이상은 못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윌리엄은 왜 단순히 남의 차를 들여다본 에디에게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걸까요?
그는 말기 암 진단을 받았고, 딸이 길거리 범죄자에게 죽었다고 고백합니다. 그의 마지막 날을 복수로 채우며 일종의 마무리를 짓고자 한 것입니다.
윌리엄이라는 인물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홉킨스와 각본가 마이클 알렌 로스가 이 인물에게서 최소한의 공감조차도 없애버렸다는 점입니다.
어떤 영화들은 비극적인 인물이 어떻게 점차 괴물이 되어가는지를 통해 관객에게 깊은 감정을 유도하지만, 《Locked》의 윌리엄은 그런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그는 그저 괴물일 뿐이며, 에디에게 아무런 동정도 없고, 고통을 즐기는 듯 보입니다.

윌리엄에게는 흥미로운 놀이일지 몰라도, 관객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아이디어가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지며, 부유한 자들이 가난한 자를 괴롭히는 이야기나 범죄자에 대한 공감 부족과 같은 주제를 살짝 건드렸다가 다시 고문 장면으로 돌아가는 식입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생동감이 없습니다. 에디는 상황에 대해 거의 통제력을 가지지 못하므로, 이 이야기는 진정한 심리전으로 발전하지 못합니다. 관객은 에디가 결국 탈출할 거라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립니다.
이 영화는 절대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가지 않기에, 긴장감이 완전히 빠져버립니다. 이러한 장르 영화는 결말보다는 과정이 중요하지만, 《Locked》는 관객을 그저 갇힌 기분으로만 남겨 둡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