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인디안 보이 2025(A Nice Indian Boy 2025)

장르: 코미디
상영시간: 96분
감독:
로샨 세티 (Roshan Sethi)
각본:
에릭 랜달 (Eric Randall),
마두리 셰카르 (Madhuri Shekar)

출연배우:
카란 소니 (Karan Soni) – 나빈 가바스카
조너선 그로프 (Jonathan Groff) – 제이 쿠룬드카
수니타 마니 (Sunita Mani) – 아룬다티 가바스카
자르나 가르그 (Zarna Garg) – 메가 가바스카
하리시 파텔 (Harish Patel) – 아르치트 가바스카
피터 S. 김 (Peter S. Kim) – 폴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A Nice Indian Boy>에 대해 완전히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이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팬입니다. 특히 <해밀턴>으로 유명한 조너선 그로프를 로맨스 영화에서 보는 건 정말 드문 즐거움입니다.
스탠드업 코미디계의 스타 자르나 가르그의 첫 장편 영화 출연도 매우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데드풀> 시리즈에서 택시 운전사 팬보이로 잘 알려진 카란 소니와, 주로 조연으로 활동해 온 수니타 마니가 이 영화에서는 섬세하고 다층적인 인물을 맡아 깊은 감성과 따뜻한 연기로 소화해낸 모습은 정말 커다란 기쁨이었습니다.
이 사랑스럽고 가족적인 이야기, 그리고 인도식 결혼식의 춤 장면들까지 저는 무척 즐겁게 감상하였습니다.

영화는 아룬다티 가바스카(수니타 마니 분)와 마니시(사친 사헬 분)의 결혼식으로 시작됩니다. 양가 부모의 주도로 반쯤 정해진 결혼이었지요.
아룬다티의 어머니 메가(자르나 가르그 분)와 아버지 아르칫(하리시 파텔 분)은 본인들도 결혼식 당일까지 서로 만나본 적이 없었지만, 이제 외과의사인 사위를 맞게 되어 매우 기뻐합니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결혼이었습니다.
하객들이 신나게 춤을 추는 가운데, 아룬다티의 오빠 나빈(카란 소니 분)은 혼자 앉아 있습니다. 누군가가 즐겁게 "너가 다음이야!"라고 외칠 때마다 그는 움찔하며 고통스러워합니다.
나빈은 동성애자이며, 그의 부모님은 이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가족 문화 속에서는 감정이나 두려움, 갈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나빈은 그런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심지어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매우 불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저 연애에 서툴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는 마이너스 수준의 연애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데이트 상대에게 남기는 음성 메시지가 하나같이 민망하고 아슬아슬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촬영이 있는 날이 되고, 사진작가는 제이 쿠룬드카(조너선 그로프 분)입니다. 이 장면은 영화 속에서 빛나는 장면 중 하나로, 소니는 나빈의 부드럽고 여린 감정과 그 감정을 숨기려는 어설픈 시도를 섬세하게 표현해냅니다.
반면 그로프는 자신의 감정을 더 솔직하게 드러내며 나빈을 향한 호감을 표현합니다.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즉각적인 연결이 생깁니다.
제이는 여러 위탁가정을 전전하다가 결국 한 인도인 부부에게 입양되었고, 그 문화를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그는 나빈을 고전 인도 뮤지컬 영화인 <Dilwale Dulhania Le Jayenge> (팬들 사이에서 DDLJ라 불리며, 번역하면 “용감한 자는 신부를 데려간다”)로 데려갑니다.

그리고 소니는 제이가 길거리에서 DDLJ의 노래를 부를 때, 감동보다는 민망함을 느끼는 척하는 어려운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냅니다.
하지만 나빈이 “백인 예술가 고아”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말하지 않으려 하자, 제이는 상처를 받습니다. 두 사람이 약혼을 한 이후에도 말입니다.
결국 나빈은 제이를 부모님께 소개하기로 마음먹고, “그냥 너 자신이면 돼. 단, 조금 더 격식을 차려야 해. 마치 대통령 면접 보는 것처럼.”이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이 만남은 그리 순탄치 않았고, 나빈은 자기 자신의 두려움과 억압에 사로잡혀 가족 중 누군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조차도 눈치채지 못합니다.
이런 설정은 이해와 화해, 그리고 우리가 로맨스 영화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들을 향한 여정을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A Nice Indian Boy>는 그 여정을 따뜻하고 마음 훈훈하게 그려내며, 사랑과 가족에 대한 부드러운 지혜도 함께 전해줍니다.
우리는 종종 잘생긴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장면만으로 만족하곤 합니다. 시장을 걷고, 시골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길가 카페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 그 뒤로 팝송이 흐르기만 해도 충분하다 느낄 때가 많지요.
그럴 경우, 각본가는 실제 대사를 쓸 필요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본가 에릭 랜달과 마두리 셰카는 현실적이고 공감되는 인물들과 그들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단지 나빈이 좋아하는 영화가 DDLJ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나빈은 제이의 정직함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태도에 끌립니다. 이는 그의 사진 전시회에서도 잘 드러나고, 제이 스스로의 긴장감까지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제이는 “인생이라는 구명보트에 서로 매달린 채 외롭게 버티는 두 사람이 되기보다는, 그 이상을 바란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이 인도 가정에서 느꼈던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갈망합니다. 그는 나빈의 어색함을 친밀함 앞에서 누구나 겪는 갈망과 두려움이 섞인 보편적인 감정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거대함 앞에서 우리 모두는 조금씩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A Nice Indian Boy>는 DDLJ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랑의 기쁨과 불안함, 그리고 그 ‘거대함’을 따뜻하게 담아낸 사랑스러운 로맨스 영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