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정유미 - 수진 역
이선균 - 현수 역
김국희 - 민정 역
감독
유재선
각본
유재선
한국 심리 스릴러 영화 "잠"은 언제든지 방향을 바꿔 유치한 호러 코미디가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신 이 영화는 수면 중에 심각한 몽유병을 앓고 있는 한 배우자와 이를 걱정하는 다른 배우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정교하고 섬뜩한 부부 드라마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잠"은 편
집증적인 스릴러이자 서서히 타오르는 귀신 이야기입니다. 유재선 감독님은 인상적인 데뷔작에서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와 고개념 공포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내셨습니다. 또한 주연 배우인 정유미 님과 고(故) 이선균 님은 지친 모습 속에서도 서로에게 깊이 의지하는 부부로서 훌륭한 호흡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하지만 "잠"은 부부 관계의 위기를 묘사하면서도 매우 미묘한 경계선을 걷고 있기 때문에, 감독님의 빠르고 확실한 연출력이 영화의 가장 큰 자산으로 느껴지는 데는 잠시 시간이 걸립니다.
이 영화는 통속적이지도 않고, 전통적인 공포 영화의 공식을 따르지도 않습니다. "잠"은 두 주인공이 무엇이 공포의 원인인지 풀어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전개됩니다.
먼저 현수(이선균 분)는 깊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누군가 안에 있어"라고 중얼거립니다. 현수도 임신한 아내 수진(정유미 분)도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현수는 그들이 새로운 문제를 추적하고 진단하며 실험과 오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수진은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된 관찰자 역할을 하며 더 어둡고 고통스러운 길을 걷게 됩니다.
익숙한 긴장감과 공포 영화의 클리셰들이 "잠"의 복잡한 플롯을 구성합니다. 현수와 수진의 아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그들의 이웃인 아래층에 사는 민정(김국희 분)이 무슨 정보를 알고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또한 수진의 불안을 자극하는 어머니(이경진 분)의 추천으로 등장하는 무속인 해궁(김금순 분)과, 수진에게 플라시보 같은 안심을 주는 의사(윤경호 분)와 관련된 전형적인 미스터리 요소도 있습니다.
유재선 감독님은 몽유병자와 위험에 처한 아이를 다룬 만큼 예측할 수 있는 장면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능숙하게 활용하십니다. 예를 들어 "쓰레기통 확인해 봤어?" 같은 대사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잠"은 주로 수진과 현수가 겪는 미묘하고 단편적인 문제들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영화의 묘미는 두 주인공이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서도 서로 완전히 같은 여정을 걷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에 있습니다.
유재선 감독님은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앞세우고, 공포 이야기가 그들을 갈라놓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이들의 관계를 강조하며 균형을 잡아냅니다.
더욱이 유 감독님은 수진 캐릭터를 게으르게 묘사하지 않으십니다. 수진은 점점 더 심각해지는 편집증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그녀의 두려움이 단순한 공포 영화적 장치 이상의 진지함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정유미 님은 이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으며, 그녀의 연기 파트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유재선 감독님이 수진의 두려움을 남편을 잃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으로 정교하게 묘사한 덕분에 수진 캐릭터는 더욱 돋보입니다.
수진이 어떤 상황에서도 현수와 함께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영화 속의 수진은 어머니나 남편, 이웃과의 소규모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결혼한 여성을 완벽하게 그려냅니다.
이선균 님의 팬들은 아마도 "잠"에서 기대했던 것들을 충분히 보게 될 것입니다. 그가 맡은 역할은 그의 마지막 작품 중 하나로서 상당한 기대감을 안고 있지만, 그의 연기는 과시적이지 않고 매우 절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선균 님은 여전히 "잠"의 특별함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단순히 카리스마 넘치는 주연 배우일 뿐만 아니라 배려 깊은 파트너로서 영화의 큰 그림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중요한 공포 장면들 역시 무리하거나 공식적이지 않으며, 해궁의 강렬한 등장에도 불구하고 과장되지 않습니다. "잠"은 초자연적인 대결 대신 감정적인 해소를 통해 절정에 이릅니다.
이 부분은 조금만 잘못 다루었더라면 웃기거나 비정하게 보일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현수가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수진 역시 남편의 입장에 맞춰 (어쩌면) 그의 수준에 맞게 다가서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잠"은 수진과 현수가 서로에게서 멀어지면서도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로 그려진 점이 돋보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결혼 생활이나 새로운 부모가 된 삶이 어떠해야 한다는 식의 과도한 메시지나 명확한 해답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유재선 감독님은 "잠"의 암시적이고 매력적인 모호함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딱 필요한 지점에서 멈추셨습니다. 앞으로 유재선 감독님이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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