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3분
감독
알렉스 파킨슨
각본
알렉스 파킨슨
데이비드 브룩스

출연진
우디 해럴슨: 던컨 올콕
시무 리우: 데이비드 유아사
핀 콜: 크리스 레몬스
닉 비아돈: 스튜어트 앤더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잠수 구조 드라마 “Last Breath”는 현대식 남성 모험 멜로드라마에서 기대할 수 있는 바로 그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북해 해저의 석유 파이프라인 근처에서 쓰러진 포화잠수사(saturation diver)의 긴박한 위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흡사 땅과 밀접하게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처럼 보이려 하지만, 실제로는 다소 믿기 어려운 대사들을 주고받으며 그나마 강력한 주연진인 핀 콜, 우디 해럴슨, 시무 리우 덕분에 어느 정도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위기 상황에서 힘을 모을 때는 꽤나 설득력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감정을 파헤치려 할 때마다 나오는 대사는 마치 B급 영화처럼 조악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재난 모험 장르의 팬이라면 위와 같은 줄거리만으로도 마음이 끌릴 수 있겠습니다. 마치 장르 영화 버전의 “별다를 것 없는 위로의 음식”처럼 들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모든 감동적인 영웅담이 가공 치즈처럼 쉽게 가공되어도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이야기의 구체적인 요소들을 즐기기보다는 익숙한 재미와 제작진의 능숙한 연출을 무난하게 소비하게 만듭니다.
영화의 초반, 주인공 크리스(핀 콜 분)는 한 달 동안 떨어져 있어야 하는 약혼녀 모라그(바비 레인즈버리 분)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을 우주비행사에 비유하며 달랩니다.

하지만 그 말은 모라그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이 영화의 정형화된 연출 방식을 암시하는 시작점이 됩니다.
알렉스 파킨슨 감독과 두 명의 공동 각본가는 주로 준자연주의적이고 과정 중심적인 액션에 초점을 맞추며, 이 영화를 “어라이벌”, “인터스텔라”, “마션” 같은 하드 SF 장르의 수중 확장판처럼 만들고자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Last Breath”는 그런 영화들만큼의 흥미로운 디테일이나 몰입감 있는 추진력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영화는 사실적인 수중 드론 영상으로 한 사람의 몸이 옆으로 쓰러져 있는 장면에서 시작되며, 이어 “실화에 기반함”이라는 자막이 뜹니다.

이후 크리스와 두 명의 동료 잠수사, 거칠지만 유능한 데이브(시무 리우 분)와 감성적인 던컨(우디 해럴슨 분)이 해저로 향하는 루틴한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러나 크리스의 잠수용 생명선(엄빌리컬 테더)이 걸리면서 그와 동료 팀,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선박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데이브는 크리스에게 잠수 임무가 시작되면 외부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모라그와의 회상 장면은 이야기의 이미 느린 전개를 더욱 늘어지게 만들 뿐입니다.

물론 이 영화의 매력 중 일부는 그 투박함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던컨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곧 은퇴를 앞둔 베테랑 잠수사가 따뜻하고 촌스러운 대사들을 구사하며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해럴슨은 그리 많은 요구가 없는 이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합니다. 던컨은 부드러운 부성애와 기억에 남지 않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이끄는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데이브 역시 전형적인 캐릭터로, 상의 탈의 상태로 근육을 키우며 메탈 음악을 듣는, 말수가 적은 인물로 그려집니다. 시무 리우는 이 역할을 맡아 다소 힘겨워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영화에서 진정한 숨은 공로자들은 구조 작업을 기술적으로 총괄하는 감독들과 그들의 상사들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마크 보너가 걱정 많은 잠수 감독 크레이그 역을 맡아 활약하며, 클리프 커티스와 마이안나 버링 같은 실력파 조연 배우들이 중심 역할을 나눠 맡습니다.
다만 커티스가 연기한 선장 캐릭터는 부하들의 지시를 확인하거나 부인하는 역할에 그치며, 무게감 있는 표정을 짓는 데에만 활용되는 듯해 아쉽습니다. 좀 더 활약할 수 있었을 인물임에도 그러지 못한 점이 안타깝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좋은 장면들은 주인공들이 육체적 위기 속에서 죽음과 마주하는 모습을 통해 영화가 “근육질의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처럼 보이게 할 때입니다.

데이브가 앞으로 10년 안에 이 일이 자동화될 수 있다고 툭 던지는 대사처럼, 이 주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파킨슨 감독은 이 실화를 다룬 동명의 다큐멘터리(2019)를 공동 연출한 경험이 있어, 수중 장면을 잘 연출해냅니다.
핸드헬드 촬영과 감시 카메라 영상, 그리고 잠수종 내부와 외부의 영상들이 조화롭게 통합되어 있어, 필요한 순간에 영화는 충분한 긴장감을 전달합니다. 그 점이 많은 단점을 보완해줍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미 스트링 치즈 같은 장르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Last Breath”에서 원하는 바를 얻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도 아버지가 이상적인 관객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분 역시 이 영화에 대해 한두 가지 의견은 갖고 계실 겁니다. 이는 이 영화의 느슨한 구간과 평이한 완성도를 말해주는 것이지, 아버지의 안목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결국 이 영화가 그분의 흥미를 끝까지 유지시켜주지 못한다면, 그건 꼭 아버지 탓만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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