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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펭귄 레슨 2025(The Penguin Lesson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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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펭귄 레슨 2025(The Penguin Lessons 2025)

장르: 드라마, 코미디

상영시간: 112분

감독:
피터 카타니오 (Peter Cattaneo)

각본:
제프 포프 (Jeff Pope)

더 펭귄 레슨 2025(The Penguin Lessons 2025)


출연배우:
스티브 쿠건 (Steve Coogan) – 톰 미첼 역

조나단 프라이스 (Jonathan Pryce) – 교장 역

라스 뵈른 구스타프손 (Lars Värn Gustafsson) – 과학 교사 역

비비안 엘 하베르 (Vivian El Jaber)

알폰시나 카로시오 (Alfonsina Carusio)

데이비드 에레로 (David Herrero) – 디에고 역


더 펭귄 레슨 2025(The Penguin Lessons 2025)

<The Penguin Lessons>는 약 30년 전, 예술 영화관에서 개봉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소규모 감동 코미디 영화들을 연상케 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풀 몬티(The Full Monty)>로 큰 성공을 거두고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도 확장되었던 피터 카타니오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해피 피트>의 펭귄 중 한 마리가 뉴욕으로 이사하지 않는 이상,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제작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은 톰 미첼의 2016년 회고록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이상과 용기에 대해 사색하는 가벼운 오락물을 지향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더 펭귄 레슨 2025(The Penguin Lessons 2025)

영화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한 남자 사립학교의 의욕 없고 정신적으로 무기력한 교사 미첼(스티브 쿠건 분)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는 우익 군사 독재 정권이 국가를 장악하면서 점차 인간적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비밀경찰이 존재하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지금 이 영화를 보는 국가가 어디냐에 따라(미국도 2024년 기준으로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 설정이 그다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실제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지나치게 익숙한 요소들을 한데 모은, 마음만은 따뜻하나 사고는 얕은 작품입니다.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 유혈 사태를 외부인이 멀리서 관망’하는 클리셰, ‘냉소적인 인물이 도덕적으로 각성’, 그리고 ‘슬프고 불쾌했던 인물이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돌보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변화는 황제펭귄 때문입니다. 미첼은 키르메스(Kilmes)라는 교외 지역의 세인트 조지스 컬리지에서 교사로 일하는 인물인데, 휴양지인 베네수엘라 리조트에서 여성과의 로맨스를 기대하며 떠났다가 우연히 펭귄을 마주치게 됩니다.

더 펭귄 레슨 2025(The Penguin Lessons 2025)

이 새는 미첼에게 붙어서 애완동물이자, 유기 아동이자, 상징적인 존재가 됩니다. 학교의 한 직원은 이 펭귄에게 후안 살바도르라는 이름을 붙여주죠. 미첼은 펭귄이 냄새가 나고 자꾸 바닥에 똥을 싸는데도 자신의 플랫에서 함께 지냅니다.

가끔은 이 펭귄을 큰 토트백에 숨겨서 외부 장소에 데려가기도 합니다. 미첼이 펭귄을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펭귄이 꽥 하고 울어서 모두에게 들키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웃음을 유도하려는 장면이지만, 너무 자주 나와서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미첼의 친구 중 한 명이 군사 정권에 저항하는 지하운동에 가담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이야기도 등장합니다(이 부분은 원작에는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음모 덕분에 미첼은 아르헨티나 사회와 직접적으로 엮이게 되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 용기를 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야기 전개상으로는 유용하지만,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 사이의 분위기 차이를 메우기엔 너무 큰 균열을 낳습니다.

더 펭귄 레슨 2025(The Penguin Lessons 2025)

영화 초반 30분은 마치 빌 머레이, 로빈 윌리엄스, 혹은 아담 샌들러가 주연한 영화처럼, 냉소적인 사람이 점점 마음을 열고 변화하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그 자체로는 괜찮은 시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템플릿을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Dirty War, 1976~1983)과 결합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 시기에는 정권에 반대한다고 여겨진 사람들이 예고 없이 거리에서 납치되어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고문과 살해, 강간, 불필요한 수술, 비인간적인 감금 등이 자행되었습니다.

이 시대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원하신다면, 2021년 드라마 <Azor> 같은 작품을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단, 그 영화엔 펭귄은 나오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권위주의적이거나 대량학살이 자행되던 역사적 배경을 코미디로 다룬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나치 독일을 배경으로 한 <인생은 아름다워>나 <조조 래빗> 같은 영화들도 있었죠.

더 펭귄 레슨 2025(The Penguin Lessons 2025)

이런 영화들은 그 설정 때문에 무감각하거나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최소한 등장인물 주변에서 벌어지는 비극들을 진지하게 다루려는 시도는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주인공이 수용소에서 시체 더미를 발견하는 장면처럼요. 혹은 <스탈린의 죽음>처럼, 권위주의의 잔혹함을 끈질기게 보여주며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 후 그것이 카타르시스적 웃음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비해 <The Penguin Lessons>는 무기력하고 안전하며 계산된 영화입니다. ‘더러운 전쟁’이라는 역사적 참상을, 냉소적인 외국인이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계기로 활용할 뿐이며, 마지막에는 억지스러운 희망적인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더 펭귄 레슨 2025(The Penguin Lessons 2025)

영화는 관객이 ‘한 남자가 변화를 이루었다’는 사실을 보고 인류에 대한 희망을 느끼길 바라지만, 마지막에 삽입된 자막에서는 “더러운 전쟁으로 인해 3만 명이 살해되거나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요? “많은 사람이 사라져 안타깝지만, 그래도 한 영국인이 다시 사랑을 배웠으니 다행이다”라는 것일까요?

이 영화에는 중심적인 비극이 하나 존재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 비극은 영화 전체 서사와 직접적인 연결이 없습니다. 아마 어떤 이야기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더 펭귄 레슨 2025(The Penguin Lessons 2025)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스티브 쿠건은 내면의 갈등을 안고 있는 주인공을 잘 표현해냈고, 조나단 프라이스는 파장을 일으키지 말라고 조언하는 학교 교장을 절제된 연기로 보여줍니다.

라스 뵈른 구스타프손은 겉보기엔 점잖지만 실은 더 복잡한 면모를 가진 과학 교사로 출연하며, 비비안 엘 하베르와 알폰시나 카로시오 등 아르헨티나 배우들도 학교의 잡무를 맡으며 국가의 격변을 피부로 체감하는 인물들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또한,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여 이념의 이름으로 그것을 휘두를 때 벌어지는 일들을 강렬하지만 절제된 방식으로 보여주는 장면들도 있고, 권위주의가 한 국가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는 코믹한 장면들도 등장합니다(예: 학교 회계 담당자가 미첼에게 매주 급여를 소비재로 바꾼 뒤 빠르게 되팔라고 조언함 — 왜냐하면 통화가 하루가 다르게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더 펭귄 레슨 2025(The Penguin Lessons 2025)

펭귄이 사람들과 실제로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실제 배우들의 장면과 펭귄이 고개를 돌리거나 울음소리를 내는 클로즈업 장면을 잘 연결해 연출한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아마 누군가가 카메라 밖에서 생선을 흔들었겠지요.

그러나 전반적으로 <The Penguin Lessons>는 회피의 영화입니다. 좋은 영화가 되기보다는, 그저 ‘좋게 보이기’ 위한 선택을 택합니다.

더 펭귄 레슨 2025(The Penguin Lesson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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