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다큐멘터리
사영 시간: 112분
감독
퀘스트러브
출연진
슬라이 스톤: 본인 역
안드레 3000: 본인 역

퀘스트러브(Questlove)의 신작 다큐멘터리 <Sly Lives! (또는 The Burden of Black Genius)>는 생생한 리듬감과 가슴을 파고드는 진솔함으로 가득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슬라이 스톤(Sly Stone)을, 인종과 운동의 무게를 짊어진 탓에 결국 부서지고 말았던, 미래에서 온 거대하고 반짝이는 흑인 천재로 묘사하며 그의 삶을 순도 높은 감정으로 조명합니다.
퀘스트러브의 아카데미 수상작 <Summer of Soul>에 이은 이 작품은 전작의 생동감을 완전히 재현하기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권운동이라는 주제,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의 시기, 그리고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이 우드스탁과 할렘 컬처럴 페스티벌(후자는 <Summer of Soul>의 배경입니다) 양쪽 무대에 선 유일한 밴드였다는 점에서 이 다큐는 전작과 짝을 이루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Sly Lives!>는 어떤 사건을 재현하려는 시도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바로 한 사람, 슬라이 스톤을 되살려내는 작업입니다.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흐름을 만든 그의 히트곡들로 힘을 얻은 이 영화는 혁신적인 아티스트의 부상과 몰락을 독립적인 서사로 힘 있게 그려냅니다.
영화의 구조는 충실히 연대기 순서를 따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슬라이의 혁신성을 찬양하는 인터뷰 몽타주가 빠르게 지나가고, 이어 퀘스트러브는 슬라이의 전기를 차근차근 살펴봅니다.
캘리포니아 발레이호에서 종교적인 가정환경 속에 자란 이야기부터, The Stewart Four, The Beau Brummels 같은 그룹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한 시기, DJ 및 음악 프로듀서로서의 경력 등을 따라갑니다.
그러다 1966년, 슬라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인종과 성별을 넘나드는 멤버들로 구성된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을 결성합니다. 이들은 록, 팝, 펑크를 융합해 그 시대의 열망과 혼란을 상징하는 독특하고 도전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습니다.
퀘스트러브는 이 밴드의 성장과 미국 사회의 변화를 병렬적으로 그려냅니다. 밴드가 결성된 해,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끄는 민권운동은 아직 통합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고,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은 그 미래를 상징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킹 목사의 암살 이후, 비폭력 운동은 와해되고, 대신 블랙 파워가 부상합니다. 이와 동시에 밴드는 순수함을 잃고, 슬라이는 마약에 손을 대며 자신이 ‘흑인의 목소리’로 간주되는 현실에 대해 내면의 불안을 가사에 담기 시작합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면서 밴드와도 거리를 두게 됩니다.
이런 전기적 흐름 사이사이에 퀘스트러브는 밴드의 히트곡들을 음악적으로도 해부합니다. 예컨대 “Dance to the Music”에서는 멀티트랙을 통해 곡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을 분해해 보여주며, 그들이 어떻게 전체 멜로디를 이뤘는지를 드러냅니다.
“Everyday People”의 경우, 처음에는 느린 가스펠풍 발라드였던 곡이 어떻게 경쾌한 히트곡으로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스튜디오 아웃테이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Thank You (Falettinme Be Mice Elf Agin)”에서는 래리 그레이엄의 베이스 연주를, “Family Affair”에서는 드럼 머신을 활용한 실험을 조명하며, 음악을 이루는 기교들을 분석합니다.
이런 작업은 히트곡이 히트곡이 될 수 있었던 내면 구조를 보여주며, 음악에 대한 새로운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퀘스트러브는 단순한 주크박스 다큐를 만드는 감독들과는 달리, 뮤지션으로서의 감각을 살려 음악의 계보와 영향을 정리해냅니다.

그는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이 힙합, 프린스, 자넷 잭슨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음악 프로듀서 지미 잼과 테리 루이스가 “Thank You”의 리프를 샘플링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 퀘스트러브는 원곡과 샘플곡을 겹쳐 들려줍니다. 이는 편집자 조슈아 L. 피어슨이 연출한 사운드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인터뷰어로서의 퀘스트러브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Summer of Soul>에서는 한 순간을 재현하는 데 집중했기에 인터뷰 기술이 크게 요구되지 않았지만, <Sly Lives!>에서는 슬라이의 심리적, 인종적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 그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차카 칸에게 약물 중독의 유혹에 대해 묻는 등 일부에서는 이를 잘 활용하지만, 예컨대 아웃캐스트의 안드레 3000에게 ‘가족 같은 밴드가 어떻게 해체되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묻지는 못합니다.

보다 정교한 질문이 있었다면, 흑인 유명인으로 살아가는 고충—특히 백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비재처럼 취급되는 현실—을 더 깊이 있게 조명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퀘스트러브는 대상에 대한 비판과 공감을 균형 있게 유지합니다. 프로듀서 드림 햄프턴은 슬라이가 느꼈을 외로움에 공감하며 그를 감싸는가 하면, 다른 인물들은 그의 자초한 문제들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합니다.
조지 클린턴은 그와 슬라이가 공유한 크랙 코카인 중독을 털어놓고, 슬라이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 고백합니다. 밴드의 전 멤버들인 신시아 스톤(아카이브 영상), 그렉 에리코, 제리 마르티니 등은 슬라이의 점점 불안정해지는 행동을 생생히 증언합니다.
슬라이 본인의 최근 인터뷰는 없지만, 다양한 아카이브와 주변 인물들의 회고를 통해 영화는 그를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성공이란 짐을 지고 살아야 했던 복합적인 인물로 묘사합니다.
<Sly Lives!>는 <Summer of Soul>만큼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음악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보이는 미화의 틀을 벗어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슬라이를 입체적인 인물로 조명하며, 그의 천재성이 그를 면죄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도록 조율합니다.
우리는 그의 재능에 경탄하고, 동시에 그 재능이 서서히 사라지는 과정을 애도하게 됩니다. 그 결과물은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히트곡처럼 생생하고 다채로우며 중독성 강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들의 음반을 꺼내 듣고 싶어질 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지식과 시각을 그 음악과 함께 곱씹고 싶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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