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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

The Annihilation of Fish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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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nihilation of Fish 2025

장르: 코미디

상영 시간: 108분

감독:
찰스 버넷

각본:
앤서니 C. 윙클러

The Annihilation of Fish 2025

출연:
제임스 얼 존스 (피쉬)

린 레드그레이브 (포인세티아)

마고 키더 (뮬드룬 부인)

사라 베누아 (리노 목사의 아내)

앤디 가르자 (신랑)

토미 레드몬드 힉스 (뉴욕 목사)


The Annihilation of Fish 2025

『The Annihilation of Fish』에서 나이는 곧 흉터의 축적입니다. 아픈 기억, 아물지 않은 상처, 억눌린 욕망은 여전히 생생하지만, 한때 삶을 채우던 풍경과 소리는 이제 침묵 속에 잠겨 있습니다.

영화가 처음 개봉했던 25년 전 이미 삶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던 제임스 얼 존스와 린 레드그레이브에게 있어서, 나이 듦이라는 주제는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던 듯합니다.

존스와 레드그레이브는 각각 ‘피쉬’와 ‘포인세티아’ 역을 맡아, 외롭고 노년의 두 인물이 우연히 만나 서로의 정신 질환으로 인해 점점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The Annihilation of Fish 2025

자메이카계 미국인인 피쉬는 정신병원에서 갓 퇴원한 인물로, 머릿속 악마와 실제로 몸싸움을 벌입니다. 반면, 포인세티아는 이미 고인이 된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와 연인 관계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 둘은 엉뚱한 과부 ‘멀드룬 부인’(마고 키더)이 운영하는 하숙집에서 각기 다른 방을 배정받고 함께 지내게 됩니다.

작가 앤서니 C. 윙클러가 쓴 이 각본은 기이한 환상과 삐딱한 인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덜 숙련된 감독의 손에 맡겨졌다면, 이 인물들은 단순히 노인을 우스꽝스럽게 소비하는 피상적인 캐릭터로 전락했을 것입니다.

The Annihilation of Fish 2025

그러나 찰스 버넷 감독의 연출 아래, 이들은 웃음을 유도하면서도 결코 조롱하지 않고, 인간적인 따뜻함을 지닌 존재로 묘사됩니다.

『The Annihilation of Fish』는 2001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었을 당시, 단 한 건의 부정적인 리뷰로 인해 배급사로부터 외면당하고 결국 공개되지 못한 채 사장되었습니다.

그러나 UCLA 영화·TV 아카이브와 더 필름 파운데이션이 4K 복원 작업을 수행하고, 홉슨/루카스 가족 재단의 후원, 밀스톤 필름과 키노 로버의 노력으로 마침내 다시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2024년 말 블랙 하비스트 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 데 이어, 극장 재개봉을 통해 정당한 재평가의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The Annihilation of Fish 2025

영화의 첫 5분이 지나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큰 잘못이 바로잡혔음을 깨닫게 됩니다. 나아가 이 영화가 왜 찰스 버넷의 미국 신화 해석이 탁월한지를 곧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장면마다 놀라움을 안겨줍니다. 예컨대 피쉬를 처음 만나는 장면은 교회에서입니다. 열정적인 설교자, 일사불란한 성가대, 찬송가를 흥얼대는 신도들로 가득한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곧 피쉬는 갑자기 바닥에 넘어지며 한 여성을 쓰러뜨립니다. 성령이 임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버스 터미널 청소 일을 그만둔 이후 10년 동안 머릿속 악마와 싸워왔습니다.

The Annihilation of Fish 2025

이 믿음 때문에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했었고, 최근 법이 바뀌면서 퇴원하게 되어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오게 됩니다. 그리고 ‘멀드룬’이라는 이름 끝의 ‘e’를 빼먹지만 않으면 뭐든 허용하는 주인장 멀드룬 부인의 하숙집에 들어가게 됩니다.

멀드룬 부인은 피쉬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는 술이나 담배 같은 나쁜 습관도 없고, 그녀의 이름 철자를 절대 틀리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녀는 피쉬가 악마와 씨름하는 걸 일종의 운동으로 여기며 오히려 장려합니다.

포인세티아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푸치니의 유령과의 결혼을 주례해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샌프란시스코를 떠나왔습니다. 그녀의 가장 나쁜 버릇은 푸치니를 향해 음정을 심하게 벗어나며 ‘오페라틱하게’ 노래하는 것인데, 멀드룬 부인은 그것도 너그러이 받아들입니다.

The Annihilation of Fish 2025

포인세티아의 또 다른 문제는 술집에서 취해 피쉬의 방 앞 복도에서 잠드는 것입니다. 피쉬는 그녀를 불쌍히 여겨 자신의 소파에 눕혀 재워줍니다. 그러나 이 장면에는 인종적 긴장감이 얽혀 있습니다.

포인세티아는 깨어나자마자 기억을 못 해 당황하면서도, 피쉬에게 “자메이카 놈”이라고 모욕적인 말을 퍼붓고, 멀드룬 부인에게 “흑인 남성이 나를 해치려 한 것 같다”고 고자질합니다.

이런 장면이 다분히 진부한 인종 화합의 이야기나 단순한 갈등으로 흘러가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존스와 레드그레이브의 케미스트리와 버넷 감독 특유의 유머 덕분입니다.

The Annihilation of Fish 2025

“자메이카에선 백인이 흑인과 키스하면 일주일 동안 물과 빵만 먹게 된다네,”라며 피쉬는 농담조로 선을 긋습니다. “난 좀 더 살집 있는 여자가 좋아,”라는 말로 미묘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존스와 레드그레이브의 연기는 탁월합니다. 당시 68세였던 존스는 신체적인 연기를 요하는 피쉬 역을 진중하게 소화합니다. 일상적인 장면에서는 당당하고 꼿꼿하지만, 악마와 싸울 때는 땀에 젖고 구부정한 자세로 치열하게 몸을 움직입니다.

반면 레드그레이브는 신경질적이고 산만한 몸짓으로 섬세한 감정을 표현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오랜 외로움에서 비롯된 새로운 온기와 친절의 기운이 이들을 천천히 끌어당깁니다.

“우리 공통점이 뭐죠?”

피쉬가 묻자, 포인세티아는

“우린 나이 들었잖아요,”라고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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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은 그 이상을 공유합니다. 피쉬는 아내의 기억에 시달리고, 포인세티아는 가정폭력의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멀드룬 부인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녀는 정원 한구석 잡초에 매일 물을 주며 남편을 떠올립니다—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이 빅토리아풍 저택의 내부는 플로럴 벽지와 구식 가전으로 가득 차 있는데, 마치 인물들처럼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공간입니다.

이처럼 인물 모두는 각자의 트라우마가 남긴 시간 안에 갇혀 살아갑니다. 특히 멀드룬 부인은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마고 키더는 필요한 순간에 인물의 상처를 드러내며 조용한 코미디 연기를 선보입니다.

The Annihilation of Fish 2025

이 셋을 묶는 또 하나의 주제는 바로 정신 건강입니다. 버넷은 인물들의 망상을 희화화하지 않고, 그 망상이 정말 실재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둡니다.

『To Sleep with Anger』에서처럼, 그는 미신과 신비주의를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냅니다. 피쉬가 악마를 창밖으로 던질 때마다 관목이 실제로 흔들리고, 포인세티아도 점차 악마의 존재를 믿게 됩니다.

이런 초현실적 감각은 버넷 감독의 남부 출신 배경에서 비롯됩니다. 민담과 구전 설화가 중심이 되는 삶의 방식이 영화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남부 고딕 분위기를 로스앤젤레스 같은 도시로 옮겨오며, 플래너리 오코너에서 오 헨리에 이르는 미국 문학 전통과도 연결 짓습니다.

The Annihilation of Fish 2025

『Killer of Sheep』에서 시작된 버넷의 철학은 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는 언제나 세상의 관심에서 벗어난 인물들—경제, 복지, 시간에 외면당한 사람들—을 포착해 왔습니다.

피쉬와 포인세티아는 복잡한 서사도, 자극적인 갈등도 없지만, 그렇다고 욕망이나 꿈이 없는 인물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기적을 이룹니다.

『The Annihilation of Fish』는 그래서 어떤 정산이 아니라, 근본적인 ‘인정의 영화’입니다.

The Annihilation of Fish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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