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드라마 / 전기 / 코미디
상영시간: 약 90분
감독:
샤미르 올리베로스 (Samir Oliveros)
각본:
샤미르 올리베로스 (Samir Oliveros)

출연 배우:
폴 월터 하우저 (Paul Walter Hauser) – 마이클 라슨 역
월튼 고긴스 (Walton Goggins) – 피터 토마켄 역
데이비드 스트라세른 (David Strathairn) – 빌 캐루더스 역
데미언 영 (Damian Young) – CBS 임원 역
메이지 윌리엄스 (Maisie Williams) – 조수 겸 가이드 역
샤미어 앤더슨 (Shamier Anderson) – 프로듀서 척 역

1984년, 아이스크림 트럭 운전사이자 노련한 사기꾼이었던 마이클 라슨이라는 인물이 CBS의 게임쇼 <Press Your Luck>에 출연하였습니다.
이 쇼는 참가자들이 버튼을 눌러 '랜덤라이저'를 멈추고 그에 따라 상금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라슨은 이 쇼의 비디오 테이프를 석 달 동안 연구한 끝에, 화면에 번쩍이는 조명 패턴이 다섯 가지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것들을 모두 암기하면 시스템을 이길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쇼를 운영하던 사람들도 그의 연승이 단순한 행운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그 시점에는 이미 라슨이 110,237달러—2025년 기준으로 30만 달러가 넘는 금액—를 따낸 뒤였습니다.

관객들은 그 모습에 열광했고, 결국 문제가 된 것은 “이 남자를 부정행위로 처벌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 사기를 기회로 바꾸어 돈을 벌어야 하는가?”라는 도덕적 딜레마였습니다.
<The Luckiest Man in America>는 감독이자 각본가인 사미르 올리베로스가 만든 작품으로, 그 역시 인생의 '랜덤라이저'를 통해 이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중고 가게에서 구매한 비디오 테이프에 <Press Your Luck>의 방송분이 담겨 있었고,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낀 그는 온라인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 라슨의 사기극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그 결과물로, 러닝타임 90분 동안 인물 묘사와 윤리적 질문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라슨 역은 <리처드 주얼>의 폴 월터 하우저가 맡았으며, 그는 이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로도 참여했습니다.
<The Luckiest Man in America>는 1950년대 퀴즈쇼 조작 사건을 다룬 <퀴즈쇼> 이후 보기 좋은 작품입니다.
동시에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가 과거의 세계와 그 시대 사람들의 심리를 어떻게 잘 담아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약 80퍼센트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CBS 스튜디오의 게임쇼 세트장, 콘트롤 룸, 복도, 여러 방 안에서 진행됩니다.

한 장면에서 라슨이 자신이 들킨 것 같아 당황해 주차장으로 나가 경비들과 마주치는 장면이 있는데, 그곳에서 빈티지 자동차들이 등장하는 것이 영화의 시각적 볼거리 중 거의 전부입니다. 그러나 이는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진짜 볼거리는 심리적 긴장감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규모에 비해 출연진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납니다. 월튼 고긴스는 <Press Your Luck>의 진행자였던 피터 토마켄의 말투와 태도를 완벽하게 재현해냅니다.
50세 이하의 관객 중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지만, 그럼에도 이 역할에 정성을 쏟은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그는 쇼 비즈니스에 몸담은 사람다운 에너지를 풍기며, 카메라가 꺼진 후에도 진지한 태도를 유지하는 토마켄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이는 <더 쉴드>, <저스티파이드>, <더 라이처스 젬스톤스>, <화이트 로터스>에 이르기까지, 지난 25년간 그가 선보인 훌륭한 연기 목록에 또 하나를 추가하는 결과입니다.
데이비드 스트라세른은 이 쇼의 프로듀서이자 TV 임원이었던 빌 캐루더스 역을 맡았습니다. 그는 라슨이 독특하고 흥미로운 인물이라는 이유로 그를 일부러 섭외했으며, 참가자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갖고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스트라세른은 성인군자에서부터 악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왔지만, 그가 등장할 때마다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캐루더스는 완전히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인물로, 윤리적 기준에서는 상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시청자에게 좋은 쇼를 보여주겠다는 진심과 상사 및 광고주의 만족을 향한 냉정한 집착이 공존합니다.
스트라세른은 이러한 복잡한 성격을 절제된 매력으로 표현해, 캐루더스가 도덕적 타협을 해나갈 때마다 관객의 예상을 계속해서 뒤엎습니다. 이런 타협은 종종 CBS 임원으로 등장하는 데미언 영(최근 인디 코미디 <Fuㆍktoys>에서 다정한 슈거 대디 역으로도 눈에 띈 배우)이 제안하기도 합니다.
올리베로스 감독의 연출은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 인디 영화감독들—폴 토마스 앤더슨, 소피아 코폴라, 대런 아로노프스키 등—의 영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주관적인 편집과 사운드, 역동적인 카메라워크, 불안감을 자아내는 음악을 활용해, 평범한 장면에서도 강한 긴박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영화의 중반부는 앤더슨의 <매그놀리아> 속 퀴즈쇼 장면을 떠올리게 하며, 존 캐럴 커비의 흐릿한 신시사이저 음악은 이 캐릭터들이 인터넷조차 몰랐던 시대에 살던 사람이라는 느낌을 강조합니다.
이 음악은 등장인물들이 세상에서는 작지만, 내면에서는 거대한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그들이 실패하고 있을 때조차 최선의 자아를 응원해주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하우저는 이 영화의 중심입니다. 그의 연기는 각본의 흐름을 정리하는 관문 역할을 하며, 영화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의 통로이자 구조 원리로 기능합니다.

그는 이미 미국 영화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배우로, 내면이 폭발할 듯한 강렬함을 품고 있지만,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만화적이지는 않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미니멀하면서도 억제된 연기를 통해 강한 존재감을 발산합니다.
라슨이라는 인물이 엉망진창일지라도, 관객은 그의 내면에서 계속해서 강렬한 감정이 분출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우저는 감정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짓기보다는 관객이 해석하게끔 여지를 남깁니다. 어떤 순간에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것이 죄책감인지, 들킬 위기를 감지한 냉정한 판단인지, 아니면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연기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는 라슨이라는 인물을 동정하거나 감싸지 않으면서도, 인간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연기합니다. 라슨이 딸을 사랑하며, 그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TV에 출연했다고 말할 때 관객은 그 진심을 믿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자기합리화일 가능성도 의심하게 됩니다. 하우저는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을 과장 없이, 마치 실리 퍼티(Silly Putty)가 일러스트의 디테일을 흡수하듯 자연스럽게 표현해냅니다.
이 영화의 유일한 아쉬운 점은, 어느 시점부터 더 이상 새롭게 발견하거나 깊이 고민할 만한 내용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라슨이 규정을 어긴 것이 아닌,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방식으로 게임을 이겼다는 점이 밝혀진 이후에는,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토론하는 모습이 주를 이룹니다.
등장인물들이 워낙 냉소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 보니, 그들이 이 사건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이후 관객은 주로 연기, 카메라워크, 미술 디자인, 그리고 인상적인 음악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사건이 ‘역사적 각주’ 수준에 불과한 주제인데도, 너무 거창하게 다룬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텔레비전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것이 50년 전이나 30년 전만큼의 충격을 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중문화를 통해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를 조명하는 시도 역시 새롭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The Luckiest Man in America>는 뛰어난 연출력과 연기력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왕좌의 게임>의 메이지 윌리엄스는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애쓰는 조수 겸 가이드 역을 맡았고, 샤미어 앤더슨은 라슨의 과거를 조사하고 그를 위협하는 역할을 맡은 프로듀서 척 역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척이 라슨을 복도에서 위협하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모든 사건의 첫 반응이 되는 2025년이라는 시대와도 깊게 맞닿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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