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코미디 / 뮤지컬 / 드라마 / 로맨스
상영시간: 114분
감독:
알렉시스 랑글루아 (Alexis Langlois)
각본:
알렉시스 랑글루아,
카를로타 코코 (Carlotta Coco),
토마 콜리노 (Thomas Colineau)

출연배우:
루이자 오라 (Louiza Aura) – 미미 마다무르 역
지오 벤투라 (Gio Ventura) – 빌리 콜러 역
비랄 하사니 (Bilal Hassani) – 스티비셰이디 역
아시아 아르젠토 (Asia Argento) – 마갈리 샤르메르 역
알마 조도로프스키 (Alma Jodorowsky) – 하모니 역
라야 마르티니 (Raya Martigny) – 세베린 역

작가이자 감독인 알렉시스 랑글루아(Alexis Langlois)의 장편 데뷔작인 <퀸즈 오브 드라마>의 수많은 매력 중 하나는, 이 영화의 장르를 설명하려면 아마도 영어 역사상 한 번도 조합된 적 없는 단어들을 엮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장르를 확인해보면 프랑스 레즈비언 팝 펑크 록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단어들이 주는 인상처럼, 영화에는 화려함, 멜로드라마,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음악들이 가득합니다.
이야기는 팝스타 미미 마다무르(루이자 오라 분)와 레즈비언 펑크 록커 빌리 쾰러(지오 벤투라 분) 간의 격정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두 사람은 친구, 적, 연인, 그리고 라이벌 사이를 오가면서 차트 정상에 오르기도 하고 서로를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2055년, 영화는 과장된 성격의 비디오 블로거이자 자칭 미미의 열성 팬인 스티비셰이디(빌랄 하사니 분)를 소개하며 시작됩니다.

그는 관객들에게 미미의 혜성과 같은 성공과 고통스러운 몰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는 신뢰할 수 없는 화자로서, 연예인 문화와 음악 산업의 인위적인 면을 기발하게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곧 보게 될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일까요? 아니면 스티비셰이디의 바람이 반영된 왜곡된 이야기일까요?
우리는 과연 유명인이나 스타와의 일방적인 관계에서 얼마나 진실을 알 수 있을까요?
이후 영화는 2005년으로 플래시백되며, 젊은 미미와 빌리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경쟁자로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돌아갑니다.
두 사람은 성격이 전혀 다르지만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게 됩니다. 빌리는 지하 음악 신에서 활동하는 펑크 록 뮤지션으로, 프랑스를 모르는 사람도 잊지 못할 만큼 강렬하고 중독성 있는 가사를 구사합니다.
예컨대 “너랑 나랑 가부장제를 박살내자(You and I will fuck the patriarchy)” 같은 가사가 그 예입니다.
빌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전혀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하며, 자신의 운동 성향에도 관능미를 더해 표현합니다.

반면, 미미는 음악 업계 관계자들에게 조종당하기 쉬운 인물로 묘사되며, 젊고 순진한 팝스타를 자기들 입맛대로 만들려는 이들의 손에 쉽게 휘둘립니다. 한 심사위원은 미미에게 대놓고 말합니다.
“당신은 내가 잘 깎고 싶은 단단한 다이아몬드예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미미는 “Don’t Touch” 같은 히트곡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성 정체성을 숨기라는 압박을 받으며 대중 앞에서는 이성애자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빌리와의 관계는 점점 소원해집니다.
사실 <퀸즈 오브 드라마>의 결말은 예상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미미와 빌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다시 화해하려 하고, 그 과정을 반복하죠. 그러나 그들이 서로를 향한 감정을 음악을 통해 표현해가는 여정은 보는 이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줍니다.
말로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그들은 음악으로밖에 전할 수 없는 듯 보입니다. 그렇게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가 대중 앞에 펼쳐지고, 스티비셰이디 같은 인물들이 그 속사정을 분석하고 소비합니다.
영화 후반부, 한 인물이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를 기뻐하는 거야.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그녀가 스스로 피어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는 것.”

<퀸즈 오브 드라마>는 이러한 사랑의 개념을 영화 전반에 걸쳐 진심 어린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는 2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그 감정에 푹 잠기는 데 약간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뮤지컬 영화들은 종종 극 중 스타의 인기에 걸맞은 음악을 담아내는 데 실패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리베카 워리어, 옐, 피에르 데스프라, 모나 소욕 등 네 명의 음악가들이 단순히 귀에 남는 음악을 만든 것을 넘어, 대담하고 퀴어적인 성적 주제까지도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여기엔 피스팅에 관한 노래도 여러 곡 포함되어 있으며, 모두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입니다.)
랑글루아 감독은 이같이 파격적인 음악과 함께, 영화의 중심에 강렬한 감정선을 심어두었습니다. 톤의 변화가 심하고, 캐릭터들이 현실감을 초월한 면도 있지만, 이 영화는 한밤중에 상영되는 컬트 영화나 사포 연애 영화 시리즈에 들어갈 자격이 충분한 작품입니다.

마린 아틀랑(Marine Atlan)의 촬영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는 조명을 통해 미미와 빌리 사이의 이질감과 연결감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클럽에서 미미와 빌리가 함께 춤추는 장면에서는 빨간 조명이 두 사람의 몸을 하나처럼 보이게 만들며, 둘이 완벽히 교감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 미미가 스타덤에 오르는 장면에서는 그녀가 눈부신 흰빛 조명 속에 혼자 서 있고, 빌리는 여전히 붉은 빛 속에 머물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집니다.

<퀸즈 오브 드라마>는 음악 산업의 포식적 구조, 특권층 팬 문화의 폭력성, 그리고 감정적으로 격렬하면서도 애틋한 관계가 창작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합니다.
이 영화는 삶을 찬미하는 듯한 어지럽고도 환희에 찬 송가이며, 아무리 길을 잃었어도 결국 사랑하는 이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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