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코미디, 드라마
상영시간: 240분 (30분 × 8부작)
각본 / 공동 제작:
티나 페이

출연배우
티나 페이 (Kate 역) | Tina Fey as Kate
윌 포르테 (Jack 역) | Will Forte as Jack
스티브 카렐 (Nick 역) | Steve Carell as Nick
케리 케니-실버 (Anne 역) | Kerri Kenney-Silver as Anne
콜먼 도밍고 (Danny 역) | Colman Domingo as Danny
마르코 칼바니 (Claude 역) | Marco Calvani as Claude

넷플릭스의미니시리즈 『The Four Seasons』는 1981년작 앨런 알다 감독의 동명 영화를 느슨하게 각색한 작품으로, 원작자인 알다가 첫 화에 짧게 등장하며 반가움을 줍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상당한 재능을 지닌 배우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캐릭터들 속에서 그 능력을 낭비해버린 우울한 결과물이 되었습니다.
겉보기엔 꽤 괜찮은 기획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중년 커플들의 관계가 친구들의 결정 하나에 따라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8개의 챕터로 나눠 들여다보는 구성이니까요.

그러나 이 드라마는 사람보다는 ‘아이디어’로 채워져 있고, 너무 빠르게 전개되어 등장인물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시간조차 주지 않습니다.
몇몇 배우들, 특히 콜먼 도밍고는 이 정도 재료로도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올해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 중 하나로 남을 것 같습니다.
『The Four Seasons』는 각각 다른 계절을 배경으로 한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챕터는 30분짜리 두 편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있습니다.

사실 그냥 1시간짜리 네 편으로 구성했더라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입니다. 각 계절마다 친구들이 함께 떠나는 휴가지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며, 집이라는 일상적 공간에서 벗어났을 때 서로에게 보이는 다른 얼굴들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들은 이 흥미로운 설정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다루기도 전에 다음 사건으로 급하게 넘어가 버립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서로 다른 삶의 단계에 있는 세 커플을 소개합니다. 케이트(티나 페이)와 잭(윌 포르테)은 겉보기엔 단단한 부부처럼 보이지만, 잭은 삶의 무게 대부분을 케이트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대니(콜먼 도밍고)와 클로드(마르코 칼바니)는 서로를
아끼는 부부이지만, 대니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클로드는 불안에 시달립니다. 한편 닉(스티브 카렐)과 앤(케리 케니-실버)은 위기의 한복판에 있는데, 닉이 친구들에게 앤과 이혼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동시에 앤은 주말에 갱신할 서약식 준비에 몰두하고 있죠.
이 결말은 다소 시트콤처럼 흘러가지만, 케니-실버는 이 흔해 빠진 ‘배신당한 아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려내며 이 드라마에서 가장 돋보이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녀의 연기가 유독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른 캐릭터들 대부분이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페이와 포르테는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허우적댑니다.
케이트와 잭이 닉과 앤의 결혼이 무너지는 걸 보며 자신들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얄팍한 대사와 감정으로 채워져 점점 관심을 잃게 만듭니다.
특히 마지막 챕터에서 케이트는 극적인 전개를 위한 장치로만 쓰이면서 캐릭터 자체가 전혀 설득력을 잃습니다.

작가들은 마치 자기계발서에서 뽑아온 듯한 대사나, “왜 다 달라졌지?”라며 대학 시절 거리를 걷는 장면처럼 공허한 순간들로 이 드라마를 채워넣고 있습니다.
자녀가 부모를 공격하기 위해 창작극을 쓴다는 식의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그야말로 진정성 없는 억지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중년의 위기와 그로 인해 위태로워지는 결혼을 다룬 이야기들을 봐 왔습니다. 그래서 이런 똑똑하고 재능 있는 작가들과 배우들이 그 흔한 클리셰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건 더더욱 실망스럽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부유한지에 대한 자각이나 비판도 거의 없습니다.
『The White Lotus』보다도 더 특권의식 가득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얄팍함을 전혀 들여다보려 하지 않습니다. 휴양지의 불편함을 불평하는 부자들의 이야기만으로 채워졌을 뿐이죠.
그나마 도밍고와 케니-실버의 연기가 이 시리즈를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붙잡고 있지만, 총 4시간이라는 러닝타임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마치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과 억지로 함께 떠난 휴가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시리즈 마지막쯤에 한 인물이 이렇게 말합니다. “예술은 어떤 감정이든 느끼게 해줘야 해.” 뭐, 짜증도 감정이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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