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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207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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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3 2024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 시간: 85분

개봉 연도: 2024년

감독: 아시프 카파디아 (Asif Kapadia)

각본: 아시프 카파디아, 토니 그리소니 (Tony Grisoni)

출연: 사만다 모턴 (Samantha Mor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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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것을 발견하길 바란다."

이것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남긴 말입니다. 영화 속 시간은 2073년, "그 사건(the event)"이라 불리는 일이 일어난 지 37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나무들은 불에 타거나 새까맣게 그을렸으며, 바다는 물보다 쓰레기가 더 많아 보이고,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이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아시프 카파디아(Asif Kapadia) 감독의 다큐드라마적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아메리카 연합의 수도" 뉴 샌프란시스코는 주황빛 구름 아래 놓여 있습니다.

정부의 감시망을 피해 살아가는 고스트(Ghost, 사만다 모턴 분)는 과거를 회상하며, 할머니가 들려주었던 "그 전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2073 2024

독재자, 과두정, 기술 재벌들이 세상을 장악하기 전, 그리고 세계가 황폐해지기 전의 시대 말입니다.

생존자들은 버려진 쇼핑몰과 쓰레기 더미 속에서 필요한 물품을 찾아다니지만, 권력층은 지상의 오렌지빛 구름 위에서 깨끗한 하늘과 햇빛, 그리고 역사적 가치를 지닌 예술품에 둘러싸여 안락한 삶을 누립니다.

뉴스 속보가 흘러나옵니다.

"의장(Chairwoman) 트럼프, 집권 30주년을 맞이하다."

현재의 이바나 트럼프(Ivana Trump)와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의 사진이 화면에 떠오릅니다.

하늘에는 모기 떼처럼 떠다니는 감시 드론들이 가득합니다. 감시가 일상이 되었으며, 민주주의는 처벌받아 마땅한 범죄로 간주됩니다.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카파디아 감독은 "2073"을 통해 이 디스토피아적 종말의 기원을 추적합니다. 대체 어떤 보호 장치가 무너져야 하고, 어떤 세력이 권력을 장악해야 이런 세상이 펼쳐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미 현재의 권력자들이 이러한 종말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일까요?

카파디아와 공동 각본가 토니 그리소니(Tony Grisoni)는 이 질문에 대해 단 하나의 원인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사건이 아닌,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그 사건"을 초래한다는 것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2073 2024

마치 제1차 세계대전이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암살 사건 하나만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었듯이, 문명의 붕괴 또한 여러 사건이 연결되며 점진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촬영 감독 브래드퍼드 영(Bradford Young)이 연출한 암울한 미래 장면들과 함께, 뉴스 자료와 인터뷰를 활용해 우리가 종말로 가는 과정을 추적합니다.

언론인 마리아 레사(Maria Ressa), 라나 아윱(Rana Ayyub), 캐롤 캐드월라더(Carole Cadwalladr)가 등장해 온라인 괴롭힘, 국가의 감시, 체포 및 탄압에 대해 증언합니다.

필리핀, 인도,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 파시즘과 감시 사회의 확산을 조명합니다.

2000년대와 2020년대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극우주의와 감시 기술의 발전이 미래 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탄압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인도에서 무슬림을 박해하는 모습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현실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가짜 뉴스로 이익을 얻는 과정

카파디아 감독은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 우리가 이미 디스토피아를 향한 길을 걷고 있다는 경고를 보냅니다.

"2073"은 다큐멘터리적 형식을 띠면서도, 공상과학 영화의 외형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요?

2073 2024

현재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영화가 개봉된 시점은 시의적절합니다. 하지만 "Don't Look Up"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볼 관객들은 이미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2073"은 논리적으로 짜인 비디오 에세이입니다. 그러나 서사가 부재한 채 공포만 조성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Don't Look Up"은 이야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2073"은 단순히 관객을 공포 속에 던져놓을 뿐입니다.
이 영화의 SF적 요소는 단순한 알루미늄 포장지에 불과합니다.

영화는 종말을 향한 경고를 보내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습니다.

"아직 당신들에게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스트(Ghost)는 이렇게 말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2073 2024

언론인 마리아 레사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농담처럼 묻습니다.

"이거 원래 공상과학 영화 아니었나요?"

하지만 이 영화는 사실상 경고문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의식을 깨우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그다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은 제시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독재에 맞서야 할까요?

어떻게 감시 기술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까요?

기술 기업들이 우리의 데이터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 것을 어떻게 막아야 할까요?

"2073"은 그저 경고를 던질 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가?" 입니다.

207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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