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아드리아 아르호나 - 마리아
엑토르 메디나 - 파코
에로스 드 라 푸엔테 - 구스타보
루이스 알베르토 가르시아 - 마테오
호르헤 페루고리아 - Dr. 디아즈
마누엘 알레한드로 로드리게스 고메즈 - 데시
감독
마이클 슈워츠
타일러 닐슨
작가
마이클 슈워츠
타일러 닐슨
쿠바의 "특별기(スペシャル・ピリオド, Special Period)"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많은 쿠바인들에게 깊이 남아 있습니다.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는 쿠바에 극심한 경제난을 초래하였으며, 이는 마리엘 보트리프트(Mariel boatlift) 이후 최대 규모의 이주 물결을 불러왔습니다.
남아 있기로 결정한 사람들에게는 절망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식료품점 선반은 텅 비었고, 사람들의 배도 늘 고팠습니다. 타일러 닐슨(Tyler Nilson)과 마이클 슈워츠(Michael Schwartz)의 영화 로스 프리키스(Los Frikis)는 이와 같은 절망적인 시기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영화는 형제인 헤비메탈 밴드의 보컬 파코(헥토르 메디나 분)와 다정한 성격의 구스타보(에로스 데 라 푸엔테 분)가 삼촌 마테오(루이스 알베르토 가르시아 분)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러나 마테오는 자신의 형이 세상을 떠난 후 어쩔 수 없이 조카들을 맡았을 뿐, 그들을 진심으로 보살피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파코는 자칭 ‘프리키(Friki, 프리키스의 단수형)’로서, 미국식 록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직접 격렬한 노래를 부르며 밴드를 운영하는 인물입니다. 찢어진 티셔츠, 꽉 끼는 청바지,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한 그는 경찰의 감시와 이웃들의 조롱을 동시에 받습니다. 마테오와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파코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합니다.
그는 스스로 HIV에 감염되어 정부가 자신을 격리 조치하도록 만들고, 그곳에서 최소한의 식량과 거처를 제공받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형이 떠날까 두려운 구스타보는 결국 자신도 HIV에 걸린 것처럼 속이고 형을 따라가며, 감염자들이 모여 있는 시골의 요양소에서 새로운 ‘프리키 공동체’를 발견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거짓말이 발각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숨겨야 합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실제로 1990년대 쿠바의 메탈 신(Scene)에서는 일부 인물과 팬들이 생존을 위해 고의로 HIV에 감염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는 바이러스에 대한 무지로 인해 더욱 큰 감염과 사망을 초래하였으며, 모든 프리키가 이에 동참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 전(前) 프리키 멤버는 바이브(Vice)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이 격리된 요양소에 도착했을 때 대부분이 프리키였다고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라디오 암불란테(Radio Ambulante)의 ‘아바나가 프리키였을 때(When Havana was Friki)’ 에피소드를 통해서였습니다. 이 방송에서는 ‘프리키’라는 용어에 대해 설명하고, 당시 젊은이들이 미국 라디오 방송을 몰래 듣거나, 금지된 아티스트들의 불법 녹음 테이프를 교환하며, 비밀리에 개최된 하우스 콘서트나 일부 허가된 공연장에서 음악을 즐겼던 공동체에 대한 감각을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당시 쿠바 정부는 HIV 감염자들을 완전히 격리하는 정책을 시행했으며, 이들은 요양소에 수년간 갇혀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분리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파벨 기로우드(Pavel Giroud) 감독의 걸작 엘 아콤파냐테(El Acompañante)에서도 다루어진 바 있습니다.
닐슨과 슈워츠 감독은 로스 프리키스를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구성하였으며, 관객들이 쿠바의 특별기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역사적 디테일을 포함하였습니다. 때때로 이러한 맥락은 유용하게 작용하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과하게 개입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쿠바 의사가 새 치료법을 설명한 직후, 영어 뉴스 방송이 이를 다시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장면은 다소 불필요한 느낌을 줍니다.
감독들은 특별기의 암울한 거리 풍경과 프리키들이 머무는 요양소의 풍경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려는 의도를 보입니다. 도시에서는 극심한 빈곤과 억압이 만연하지만, 시골의 요양소에서는 따뜻한 빛 속에서 자유로운 음악 연주, 아이스크림, 푹신한 침대 등 도시에서 누릴 수 없던 ‘사치’를 경험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곳을 쿠바가 아닌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촬영한 덕분에, 촬영감독 산티아고 곤잘레스(Santiago Gonzalez)는 그림 같은 전경을 통해 이를 더욱 극적으로 연출합니다.
청정한 계곡, 푸른 산맥, 야생마와 함께하는 장면들은 마치 낙원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출이 지나치게 이상화되어, 영화의 본래 주제와 어긋나는 느낌도 줍니다. 또한, 스티븐 프라이스(Steven Price)의 음악이 감정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영화가 원래 가져야 할 냉정한 톤을 덮어버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구스타보는 형과 달리 프리키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으며, 영화의 주요 서사를 바라보는 ‘관찰자’ 역할을 합니다. 영화 초반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인물로 묘사되는데, 마테오조차도 그를 조용한 어머니를 닮았다고 평가하며, 반면 형 파코는 무모한 아버지를 닮았다고 지적합니다. 영화 속에서 구스타보를 연기한 데 라 푸엔테는 첫 장편 영화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연기를 펼치지만, 파코 역의 메디나가 워낙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가려지는 느낌을 줍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는 형제의 이야기보다 구스타보와 요양소 관리인 마리아(아드리아 아르호나 분)의 로맨스가 중심이 되면서, 초반에 구축된 이야기의 긴장감이 다소 사라집니다. 마리아는 매력적인 인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주인공의 ‘연인’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 프리키스에는 쿠바 출신 배우 및 제작진이 다수 참여하였으며, 필 로드(Phil Lord)와 같은 쿠바계 미국인 프로듀서도 참여하였습니다. 이는 쿠바 이야기가 국제적인 무대에서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바람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쿠바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전하려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로스 프리키스가 다소 감상적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영화의 본래 주제를 감성적으로 포장하기보다는, 역사적·정치적·사회적 복합성을 보다 깊이 있게 탐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감정을 부추기는 음악이나 감동적인 장면 없이도, 저와 같은 쿠바인들은 우리 가족과 조국이 겪어온 아픔을 떠올리며 이미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피넛 버터 팔콘(The Peanut Butter Falcon)에서 성공을 거둔 닐슨과 슈워츠 감독의 따뜻한 스토리텔링 방식이 이 영화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듯합니다. 쿠바의 이야기는 아직도 많으며, 반드시 정형화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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