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코미디 ‧ 2024
출연진
사리 아람불로: 애비 블레이드컷
빌리 버크: 로저 블레이드컷
세이지 스필먼: 라번
감독
매튜 존 로렌스
각본
매튜 존 로렌스

슬래셔 코미디 영화 ‘블러디 액스 운드’는 몇몇 농담과 클리셰, 아이디어를 별다른 고민 없이 지나쳐 버립니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에는 꽤 흥미로운 플롯 반전과 개그, 그리고 장르에 대한 재치 있는 암시들이 있어 기대를 걸게 만드는 부분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 영화는 특히 어색하고 연애 경험이 없는 10대 소녀 애비(사리 아람불로 분)가 새로 사귄 고등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평정을 유지하려 애쓰는 성장담일 때 가장 몰입감 있게 흘러갑니다.

특히 그녀의 첫사랑으로 보이는 샘 크레인(몰리 브라운 분)과의 관계가 주목됩니다. 적어도 첫사랑처럼 보이긴 합니다.
등장인물들은 종종 감정에 대해 암시하지만, 대사나 설정이 진부하고 상황은 관객을 향해 눈치껏 던져지는 느낌이라 감정선이 깊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블러디 액스 운드’는 주로 소녀가 처음 겪는 벅찬 감정에 대한 청소년 드라마와 코미디로서는 꽤 재미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살인을 생업으로 삼는 가족의 유산이라는 설정이 얹히면서 이야기의 균형이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애비는 끔찍한 외모의 연쇄 살인마 로저 블레이드컷(빌리 버크 분)의 딸입니다. 그는 마지못해 애비에게 자신이 하던 “10대 살해 사업”을 물려주기로 합니다.

하지만 애비의 배경이나 이야기에 대한 많은 질문들은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고 깊은 유머나 드라마로 발전할 기회를 놓칩니다.
애비는 프레디를 연상케 하는 얼굴 흉터, 제이슨 스타일의 가면, 여름 캠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이력, 레더페이스나 노먼 베이츠처럼 죽은 어머니까지... 슬래셔 영화의 온갖 요소들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습니다.
이후 애비는 아버지에게 간청해 그 일을 이어받게 되며, 낮에는 비디오 가게에서 VHS 테이프를 팔고, 밤에는 도끼를 들고 10대를 쫓는 이중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로저는 “규칙을 지키는 한” 그녀가 자신을 대신해 살인자로 활동하는 것을 허락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작 그러한 규칙들이나 클리셰들을 자주 무시하거나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등장인물들을 장르에 대한 농담으로 가볍게 설정된 캐릭터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애비와 샘의 관계는 다소 평면적인 방식으로 그려지며, 그들의 감정선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깁니다.

하지만 두 배우가 만드는 커플의 조합은 나쁘지 않아, 이 청춘 로맨스가 더 중심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애비가 사는 세계에서는 규칙이라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로저가 어떤 기준으로 클로버 힐 고등학교 졸업앨범에서 살해 대상을 고르는지는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저 정해진 것이고, 로저와 애비는 그것을 수행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샘이 친구들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대사 또한 문제입니다. 그녀는 “고등학교 입학 이후 장례식에 몇 번을 갔는지 몰라”라고 말하지만, 그 대사는 전혀 다른 영화에 어울릴 듯한 무게감입니다.
더 풍부한 서브텍스트나 생생한 캐릭터가 있는 영화였다면 큰 울림을 줬을 법한 대사입니다.

‘블러디 액스 운드’는 다양한 사건들과 캐릭터의 엔딩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은 있지만, 자기만의 스타일이나 이야기를 연결하는 능숙한 흐름은 부족합니다.
고어 효과와 몇몇 순간의 농담은 괜찮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로저의 엄마가 비디오 가게에 나타나는 장면은 웃음을 유발합니다.
배우 빌리 버크와 몰리 브라운의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많은 농담과 대사들은 영감을 주지 못하고, 그저 “웃겨야 할 장면”이라는 암시만 던집니다.
애비가 친구들을 죽이기를 망설이는 장면도 더 깊이 다뤄졌다면 감정적으로 더 강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첫사랑에 빠진 10대 소녀의 설렘도 더 세밀하게 다뤄졌다면, 관객의 공감을 더 끌어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애비의 감정이 조금이라도 발전할 기미가 보일 때마다 뒷걸음질칩니다. 로저의 비디오 가게가 애비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명확하지 않고, 애비가 샘을 왜 좋아하는지도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물론, 관객 입장에서는 “아버지는 살인을 좋아하고, 애비는 그렇지 않다”는 단순한 구도로 추측할 수 있지만, 그만큼 영화가 보여주는 감정이나 드라마는 깊이가 없습니다.
이 영화는 출발은 흥미롭지만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순간들로 가득합니다. 이는 마치 줄거리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더 어두운 주제를 회피한 결과처럼 보입니다.
장르에 충실하려는 몇몇 설정들과 클리셰들은 더 날카로운 장르 패러디로 발전할 수 있었을 텐데, 결국은 그냥 그럴듯한 모양새만 갖춘 영화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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