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92분
감독
베스 카그먼 (Bess Kargman)
출연
다이앤 워렌 (본인)
에드워드 노튼이 영화 「A Complete Unknown」에서 피트 시거 역할을 준비하면서,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려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과정이나 비하인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결국 그 모든 마법을 망쳐버릴 수도 있어요."
다이앤 워렌(Diane Warren), 즉 동물을 사랑하는 이 열다섯 번의 아카데미상 후보 경력이 있는 작곡가를 다룬 다큐멘터리 「Diane Warren: Relentless」를 보고 있으면, 워렌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녀의 엄청난 성공(450명 이상의 아티스트를 위해 곡을 쓰고, 빌보드 핫100에 33곡을 올리며, 9곡을 1위에 올린)의 이면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기대하셨던 분들은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지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워렌은 이렇게 투덜거립니다.
"누가 작업 과정 얘기만 시작하면 죽고 싶어져요. 섹스하는 걸 촬영하고 싶으세요?"
이처럼, 그녀는 작업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꺼립니다. 그 덕분에 다큐멘터리는 때로는 지나치게 평범하고 담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창작자인 워렌을 다루기에는 다소 일반적인 접근이라는 인상도 받게 됩니다.
감독 베스 카그먼(Bess Kargman)은 초반에는 워렌의 성공과 경력을 회고하며 셰어(Cher), 제니퍼 허드슨(Jennifer Hudson), 퀸시 존스(Quincy Jones) 같은 업계 거장들의 인터뷰를 적절히 배치하여 찬사를 더합니다.
이후에는 워렌의 성장 배경과 가족사가 그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다룹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단순해 보이지만 의외로 교묘합니다.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구조를 따르는 듯하지만, 워렌의 성공의 "마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그녀와 함께 사색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대단한 폭로나 충격적인 고백을 통해 주제를 드러내기보다는, 시간이 흐른 뒤 되새겨볼 때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마치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옛날 일기장을 다시 읽으며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영화는 워렌을 더욱 "호감형" 인물로 만들려고 하거나 그녀의 냉소적인 유머를 감추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복합성과 솔직함을 드러내는 데 집중합니다.
워렌을 처음 만나는 장면은 그녀가 고양이를 데리고 사무실로 향하는 장면입니다. 흔한 다큐멘터리 시작 장면처럼 보입니다.
핸드헬드 카메라가 일상적인 모습을 따라가며 브이로그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그런데 차 안에서 워렌이 카메라를 향해 직접 각도를 조정하라며 장난스럽게 제안하고, 결국 스스로 카메라를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사소한 장면은 그녀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워렌 자신도 이런 접근법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과 작업을 신화화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건 겸손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의 창작 과정이 본인에게조차 신비롭게 남아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카메라의 집요한 시선이 그 신성한 신비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점차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음악을 지지해준 아버지와, 음악을 반대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등)를 공유할 때에도 미묘하게 긴장하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익명성을 원하는 욕망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눈에 띄어야 한다는 현실 인식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메타 내러티브는, 다큐멘터리가 순간순간 주제를 바꾸더라도 흥미롭게 이어집니다.
워렌이 아카데미상과 맺는 관계에 대해 다큐멘터리가 더 깊게 파고들었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입니다. 수상 실패에 대한 그녀의 분노와 상실감을 감독은 숨기지 않고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지점은 또 다른 의문을 제기합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워렌이 왜 아카데미의 인정에 그렇게 목을 매는 걸까요?
수상 실패가 그녀의 창작 의욕을 꺾지 않았고, 오히려 계속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어왔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가끔 영화는 더 깊은 개인적 이야기에 접근합니다. 예를 들어, 레이디 가가와 함께 작업한 「Til It Happens to You」는 워렌 자신의 성폭력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곡입니다.
또한 「Because You Loved Me」는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입니다. 이런 곡들은 특히 의미가 깊습니다. 그녀의 협력자 중 몇몇은 워렌이 스스로 사랑을 조롱하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 노래들을 써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키스(KISS)의 폴 스탠리(Paul Stanley)는 워렌과 함께 「Turn on the Night」를 썼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직접 겪지 않으면 실연에 대해 더 쉽게 쓸 수 있어요. 하지만 실연을 두려워하긴 하죠."
워렌에게 있어 사랑 노래를 쓰는 일은 일종의 연기, 역할극과 같다고 합니다. 그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곡들과 그렇지 않은 곡들 사이의 대비는 감동적입니다.
「Diane Warren: Relentless」는 때로 워렌의 반항적 성격을 완벽하게 담아내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바로 이렇게 간결하고 거침없는 다큐멘터리야말로 워렌 같은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냉정하고 거칠게 보일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무자비한 산업 속에서도 "그저 음악을 사랑해서" 계속 나아가는 사람을 담백하게 조명합니다.
처음에는 영화의 리듬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워렌은 아마 이런 식의 접근을 가장 좋아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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