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모험
상영 시간: 106분
감독:
두갈 윌슨(Dougal Wilson)

출연:
벤 위쇼(Ben Whishaw) – 패딩턴 목소리
휴 보네빌(Hugh Bonneville) – 헨리 브라운
에밀리 모티머(Emily Mortimer) – 메리 브라운 (샐리 호킨스 대체)
사무엘 조슬린(Samuel Joslin) – 조나단 브라운
마들렌 해리스(Madeleine Harris) – 주디 브라운
안토니오 반데라스(Antonio Banderas) – 헌터 카봇
올리비아 콜맨(Olivia Colman) – 수녀원장(리버렌드 마더)

달콤하고 복슬복슬한 주인공 ‘패딩턴’은 마멀레이드 샌드위치를 너무나도 좋아해서 모자 속에 하나를 늘 넣어 다닙니다.
샌드위치를 모자에 넣고 다니는 일은 패딩턴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습관이라서, 이번 영화에서는 필요할 때까지 그 샌드위치가 거기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멀레이드 샌드위치가 꼭 필요한 순간이 오죠. 『패딩턴 인 페루(Paddington in Peru)』는 마치 마멀레이드 샌드위치 같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의 전작 두 편인 『패딩턴(Paddington)』과 『패딩턴 2』는 폴 킹(Paul King)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하나의 템플릿을 정립했는데, 이번 세 번째 작품은 그를 대신해 뮤직비디오 출신의 두걸 윌슨(Dougal Wilson) 감독이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윌슨 감독은 기존 스타일을 따르면서도 독창적인 변주를 더해 영화만의 유쾌하게 기묘한 개성을 부여합니다. 앞선 두 작품처럼, 패딩턴의 애니메이션 연기와 벤 위쇼(Ben Whishaw)의 목소리 연기가 이 영화의 분위기와 템포를 결정합니다.
빨간 물감 얼룩이 묻은 양동이 모자를 쓴 이 부드러운 말투의 곰은 예의 바르고 느긋하며 다소 직설적인 면도 있지만, 때때로 엉뚱한 행동을 보여주는 유쾌한 친구입니다. 그리고 일단 마음을 정하면 놀라울 정도의 결단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패딩턴이 사랑하는 이모 루시(Aunt Lucy, 임엘다 스탠튼 목소리 연기)를 찾아 페루로 떠나는 여정을 그립니다.
이모 루시는 은퇴한 곰들을 위한 요양원에 머물고 있었는데, 최근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시설에서 온 편지를 본 패딩턴은 곧바로 그녀를 찾아가기로 결심합니다.
패딩턴의 양부모인 브라운 가족—헨리(휴 보네빌), 메리(에밀리 모티머, 샐리 호킨스를 대신함), 주디(마들렌 해리스), 조너선(사무엘 조슬린)—도 그를 지지하며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그들이 도착한 곰 요양원은 과거 선교소였던 건물로, ‘레버런드 마더’(올리비아 콜맨)가 책임지고 있으며, 그녀는 브라운 가족의 도착을 기념하는 노래를 작곡하고 직접 부릅니다.
마지막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대한 오마주도 담겨 있지요. 그러나 그곳에는 이모 루시가 사라지고 안경과 팔찌만 남아 있습니다.
그녀의 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지도는 그들을 ‘루미 록(Rumi Rock)’이라는 랜드마크로 이끌고, 그 후엔 전설적인 황금 도시 엘도라도로 이어질지도 모를 여정으로 이끕니다. 엘도라도는 실재하는지조차 확실치 않은, 수많은 탐험가들이 목숨을 바쳤던 미지의 도시입니다.

이 설정은 고전 정글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담기에는 완벽한 배경이며, 『패딩턴 인 페루』는 이를 놓치지 않습니다. 베르너 헤어조크의 『아귀레, 신의 분노』와 『Z: 잃어버린 도시』 같은 작품에 대한 (대부분 은근한) 참조들이 있으며, 가장 뚜렷한 영향은 존 휴스턴 감독의 『아프리카의 여왕』입니다.
『아프리카의 여왕』에서는 캐서린 헵번이 연기한 선교사 로즈 사이어가 험프리 보가트가 연기한 보트 선장 찰리 올넛에게 독일 잠수함을 폭파시키기 위한 여정을 의뢰합니다.
이 영화의 중심부는 급류를 따라 내려가는 장면들인데, 『패딩턴 인 페루』도 그에 상응하는 장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도 ‘올넛’에 해당하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정글을 누비는 땀에 절은 엉뚱한 보트 선장 헌터 캐벗(안토니오 반데라스)입니다.

그는 용감한 십대 딸 지나(카를라 투스)와 함께 아마존을 여행하며, 수 세대에 걸친 보물 사냥꾼 가문의 후손입니다. 심지어 그의 조상 중 한 명인 정복자는 그림 속에서 튀어나와 조언을 해주기도 합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말이죠. 그리고 이 조상들 전부를 반데라스가 연기합니다!
하지만 『패딩턴 인 페루』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듯한 편안한 분위기입니다. 이는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수년간 수백 명의 시각 효과 아티스트들과 애니메이터들, 그리고 페루와 콜롬비아에서 실사 촬영을 맡은 제작진들의 노력이 집약된 결과입니다.
이렇게 거대한 제작 규모의 작품이 귀엽고 달콤한 디저트처럼 느껴지게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이 영화는 그걸 해냅니다. 이 영화는 단지 감성적인 마음을 담은 슬랩스틱 코미디가 되기를 원할 뿐이고, 처음부터 그 목표에 도달해 끝까지 그 상태를 유지합니다.

출연진 모두 이 감정선에 제대로 몰입해 있으며, 주디, 조너선, 지나에게 좀 더 많은 역할이 주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조너선과 지나 사이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곁들이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었을 텐데, 영화는 그것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보네빌과 모티머는 “고지식하지만 본질적으로 선량한 영국인” 연기를 과학처럼 해냅니다.
모티머는 동화 속 이야기꾼 같은 목소리로 서사의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며, 보네빌은 열대 거미에 대한 헨리의 공포를 유쾌한 러닝 개그로 승화시킵니다. 물론 그 거미는 가장 적절하지 않은 순간에 등장하게 되지요.

관객의 기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한 콜맨과 반데라스는 활짝 웃는 얼굴, 기묘한 웃음, 활기찬 에너지로 ‘대문자 B’급 열연을 펼칩니다.
놀랍게도 이들은 과장되지만 동시에 매우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며, 모든 몸개그와 두 번 보기 연기 하나하나가 정밀하게 계산되어 있습니다.
조상 정복자가 그림 속에서 나와 캐벗에게 아무렇지 않게 조언을 건네는 장면은 무언가 특별한 오스카 상을 받을 법합니다. 만약 짐 캐리가 『소닉 더 헤지혹』에서 자신과 상대역을 모두 연기한 모습이 거대한 스플래시 아트처럼 보였다면, 반데라스가 연기한 여러 세대의 보물 사냥꾼들은 작고 정교한 스케치들로 가득한 아트 갤러리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콜맨의 연기 역시 하나의 기적입니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과 진주 같은 미소는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광기 직전의 들뜬 기운을 내뿜으며, 넘치는 열정으로 캐릭터를 하나의 상징으로 만들어냅니다. 그녀가 춤출 때는 마치 웃는 얼굴 이모티콘에 홀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이 영화는 아이들을 위한 재미와 어른들을 위한 즐거움을 모두 충족시키는 시리즈의 기조를 훌륭하게 이어갑니다. 『루니 툰』이나 초기 시즌의 『심슨 가족』처럼, 이 영화도 “새로운 가족도 피로 맺어진 가족만큼이나 소중하다”, “선함은 그 자체로 보상이다”, “마음속 경고음을 무시하지 말라”와 같은 친사회적 메시지를 믿고 전달합니다.
그리고 그런 직설적인 메시지들을 살짝 비틀며 웃음을 자아냅니다. 패딩턴은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주인공입니다. 그는 곰이자 사람이자, 아이 같으면서도 유치하지 않으며, 나름의 지혜를 지닌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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