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코미디
상영시간: 99분
감독:
제임스 그리피스 (James Griffiths)
각본:
팀 키 (Tim Key), 톰 배스든 (Tom Basden)

출연배우:
캐리 멀리건 (Carey Mulligan) – 넬 모티머 역
톰 배스든 (Tom Basden) – 허브 맥과이어 역
팀 키 (Tim Key) – 찰스 역

포크 음악가 허브 맥과이어(톰 배스든 분)가 바람 부는 외딴 월리스 섬에 도착했을 때, 그는 소수의 팬들을 위한 조촐한 공연을 하러 온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공연은 단 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찰스(팀 키 분)로, 두 번이나 복권에 당첨된 적이 있는 인물이며, 잉글랜드의 한 저택에 살고 있습니다.
그는 허브가 한때 활동했던 포크 듀오 '맥과이어 & 모티머'의 열렬한 팬이었고, 그들의 기타, 언론 기사 스크랩, 기타 기념품들을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그런 팬심은 허브에게 불편함을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어색한 우정이 자라나며 이 사랑스러운 영화는 감미로운 울림을 선사합니다.
제임스 그리피스 감독의 영화 <월리스 섬의 발라드>는 매우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코미디로, 그 뿌리는 그리피스 감독이 18년 전 만든 단편 영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주연배우 톰 배스든과 팀 키가 각본을 맡은 이 장편 영화는 그러한 소박한 시작을 전혀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즉흥적으로 보이는 유머, 원작 포크 음악들, 그리고 숨이 멎을 듯한 경관에 대한 애정으로 관객을 매료시킵니다.

<월리스 섬의 발라드>는 무성한 자연과 세밀한 세계관 구축을 바탕으로 탁월한 공간감각을 자랑합니다. 허브가 월리스 섬에 도착할 때는 모터보트를 타고 오는데, 섬에는 건조한 선착장이 없어 그는 차가운 바닷물을 헤치며 걸어서 상륙해야 합니다.
찰스는 작은 화이트보드를 들고 그를 맞이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않습니다. 월리스 섬에는 호텔도, 공연장도, 상점도 없습니다. 사실, 사람도 거의 살지 않는 곳입니다. 허브가 '월리스 롯지'라고 들은 곳은 알고 보니 찰스의 집이었습니다.
귀여운 아만다(시안 클리포드 분)가 운영하는 유일한 가게는 항상 물건이 떨어져 있습니다. 이 지역을 둘러싼 각종 농담과 유머가 대사에 등장하지만, 촬영감독 G. 마그니 아우구스손은 그런 장면들을 낮추어 보지 않습니다. 그는 바닷바람에 페인트가 벗겨지고 벽이 닳은 공간들조차도 찰스가 느끼는 애정과 같은 시선으로 따뜻하게 담아냅니다.

반면 허브는 이런 시골 마을에 애착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도 그는 대가를 받기 위해 이곳에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은퇴한 밴드 동료이자 소원해진 연인 넬(캐리 멀리건 분)이 새로운 남편 마이클(아켐지 은디포르옌 분)과 함께 공연하러 나타나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찰스는 두 사람이 다시 함께 공연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고, 그것이 설령 그들의 오래된 상처를 다시 들추는 일이라도 말입니다.
팬과 포크 음악가의 만남이라는 설정은 <줄리엣, 네이키드>의 낭만적인 감성과 약간 닮아 있지만, 이 영화는 사실 <기차, 비행기 그리고 자동차>에 더 가깝습니다.
존 캔디가 연기한 델 그리피스처럼, 찰스는 선의는 넘치지만 어딘가 엉뚱한 사람입니다. 그는 “바지가 와우할 정도네” 같은 말을 툭툭 던지며 방 안의 분위기를 읽지 못합니다.
그는 허브의 과거 연인과의 실패한 관계에 대해 아주 사적인 질문을 거리낌 없이 합니다. 허브는 이 영화의 스티브 마틴처럼 냉소적인 인물로, 오직 찰스가 약속한 돈 때문에 그를 참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델처럼 찰스 역시, 허브가 모르는 슬픔을 안고 있습니다. 팀 키는 귀엽고 성가신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이미 감동적인 코미디 연기에 섬세한 슬픔의 음표를 더합니다.
<월리스 섬의 발라드>가 약간 아쉬운 점은, 찰스보다는 허브에게 지나치게 초점을 옮긴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허브는 찰스가 흠모하는 인물이지만, 정작 그는 별로 흥미로운 인물이 아닙니다.
유명인들이 늘 매력적인 것은 아니기에 치명적인 단점은 아닐 수 있지만, 허브는 매력적이지도, 비극적이지도 않은 인물입니다. 그는 단지 몰락하는 커리어를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퇴물 스타일 뿐입니다.
휴 그랜트가 연기했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인물처럼 ‘성장하면 어떻게 변할까’ 하는 기대감을 주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찰스, 넬과 함께 있을 때에야 비로소 흥미로운 존재로 느껴집니다.
어쩌면 허브의 그 공허함이 이 영화의 핵심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넬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한번 연인으로, 그리고 음악적 파트너로 재결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사실 허브를 온전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건 넬입니다. 그의 최신 앨범은 음악적 정체성이 결여된 상태로, 그저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절박한 협업을 통해 살아남으려는 시도로 비춰집니다.
반면 배스든과 멀리건은 함께 있을 때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멀리건은 음악으로 돌아갈까 고민하는 한 창작자로서의 따뜻함을 잘 표현하며, 배스든이 그동안 닫아두었던 내면도 열어주고 있습니다. 둘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그들은 과거를 공유하고 미래는 불확실한 ‘진짜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리피스 감독은 이들의 소박한 로맨스를 억지스러운 스크루볼 코미디로 끌고 가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허브와 넬의 이야기만도 아니고, 찰스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는 ‘과거를 떠나는 것의 아픔’에 집중하는 섬세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찰스와 허브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은 결코 과거를 되살릴 수 없습니다. <월리스 섬의 발라드>에서 그리피스 감독은 그 불가능함을 다루며, 따뜻한 진실을 장조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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