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코미디
상영시간: 103분
감독:
앤드류 안 (Andrew Ahn)
각본:
앤드류 안 (Andrew Ahn),
제임스 샤머스 (James Schamus)

출연배우:
보웬 양 (Bowen Yang) – 크리스 역
릴리 글래드스톤 (Lily Gladstone) – 리 역
켈리 마리 트란 (Kelly Marie Tran) – 앤젤라 역
한기찬 (Han Gi-chan) – 민 역
조안 첸 (Joan Chen) – 메이 첸 역
윤여정 (Youn Yuh-jung) – 자영 역

사랑받는 고전 영화를 성공적으로 리메이크하는 데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전체적인 뼈대만 유지한 채 완전히 새로운 색깔로 채워 넣어야 할까요?
혹은 몇 해 전 유행했던 방식처럼 캐릭터의 성별을 바꾸어 어설픈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까요?
아니면 애초에 리메이크 자체를 시도하지 말아야 할까요?
영화 산업은 여전히 확실한 공식을 찾지 못했지만, 그 해답을 여전히 찾고 계신다면 앤드류 안(Andrew Ahn) 감독의 활기찬 리메이크작 <The Wedding Banquet> 을 눈여겨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작품은 현대적인 이야기 안에 고전적인 감성을 간직하고 있으며, 가장 낭만적인 마음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쾌한 작품입니다.
30여 년 전, 이안(Ang Lee) 감독의 시대를 앞서간 고전 영화 <The Wedding Banquet> 역시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했습니다.

보수적인 부모님을 속이기 위해, 그리고 여성 세입자의 영주권 취득을 돕기 위해 한 커플의 남성 파트너가 그녀와 위장 결혼을 하는 퀴어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습니다.
2025년 리메이크는 <Fire Island>의 앤드류 안 감독과, 원작의 공동 각본가이자 다방면에서 전설적인 업적을 이룬 제임스 샤머스(James Schamus)가 공동 각본을 맡아, 미국 사회에서 LGBTQ+ 커뮤니티, 문화적 표현, 다인종 구성에 관해 많은 진보가 이루어졌음을 우선 인지합니다.
물론 오늘날의 보수적인 정부가 많은 권리와 자유를 위협하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변하지 않은 인간 본성의 핵심 또한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여전히 모든 것을 이겨내며, 가족(특히 선택한 가족)은 지킬 가치가 있으며, 세대 간의 관계는 여전히 복잡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번 리메이크의 핵심 공식은, 원작 캐릭터를 21세기의 이쪽으로 정직하게 데려왔다는 점에 있습니다. 무엇이 다행히도 변했고, 무엇이 여전히 그대로인지를 보여주지요. 이야기는 대체로 익숙하실 겁니다.

다만 한 커플이 아니라 두 커플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쪽에는 사랑스러운 재벌 2세 민(한기찬 분)과 약간의 헌신 공포증을 가진 그의 남자친구 크리스(보웬 양 분)가 있습니다.
이들은 릴리 글래드스톤이 연기한 리와 켈리 마리 트란의 안젤라 커플과 함께 살며 세입자이기도 합니다. 리와 안젤라는 서로 깊이 사랑하며, 체외수정(IVF)을 통해 아이를 갖기 위해 애쓰고 있는 커플입니다.
본격적인 전개에 앞서, 안 감독과 샤머스는 이 시애틀(실제로는 밴쿠버에서 촬영된) 네 사람의 일상적인 리듬을 충분히 보여주며, 그들의 유대감을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안젤라의 어머니 메이(조안 첸 분)도 만나게 됩니다. 외모에 신경 쓰지만 자상한 성격의 그녀는, 한때 안젤라 곁에 있지 못했던 과거를 보상하려 애쓰는 인물입니다. 당연히 안젤라는 아직 그 아픈 기억을 쉽게 넘기지 못한 상태이지요.

이야기는 민이 한국 재벌가의 후계자이자 가족 사업의 상속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본격화됩니다. 민은 크리스에게 청혼하지만 거절당합니다.
동시에 민은 비자의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위기에 직면합니다. 그래서 친구 안젤라와 결혼해 영주권을 얻고, 감사의 표시로 안젤라와 리의 체외수정 비용을 지원하면 어떨까요?
서류상으로는 제법 그럴듯한 제안입니다. 하지만 민의 할머니 자영(영화 <미나리>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윤여정 선생님)이 예고 없이 미국에 방문해 예비 신부를 만나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은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모든 이야기를 다 밝히는 건 재미를 반감시키겠지만, 자영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조용히 이해하고 있다는 점은 스포일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거짓말이 들통났고 가족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상황을 지지해 주면서, 결혼식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뜻밖의 아기가 등장하면서 사정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영화 곳곳에는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있으며, <버드케이지> 스타일의 코미디 치고는 웃음의 빈도가 조금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웃음에서 약간 부족한 점이 있다 해도, 캐릭터 하나하나에 정성스럽게 집중한 점에서 그 이상을 채워줍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자신의 서사와 반짝이는 순간을 가지게 되지요.
또한 안 감독은 장소에 대한 애정과 문화 간의 교차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타협 없는 섬세함을 보여줍니다. 네 인물이 함께 사는 시애틀의 집은 아늑하고 실제로 살아 있는 듯한 디테일로 가득합니다.
민과 안젤라의 위장 결혼도 한국의 전통을 아름답게 존중하며 그려집니다. 결코 성의 없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The Wedding Banquet>이 가장 깊은 감동을 주는 순간은, 인물들 간의 사랑을 통해 전달됩니다. 크리스와 자영, 특히 안젤라와 메이 사이의 따뜻하고 지혜롭게 쓰인 대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저절로 눈물을 흘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선택한 가족은 우리에게 힘과 목적, 그리고 공동체 의식을 줍니다. 그리고 우리가 태어난 가족이 뒤늦게라도 이 특별한 선택의 공동체에 기꺼이 동참해 준다면, 그건 현실에서는 거의 유토피아 같은 선물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The Wedding Banquet>을 보고 나면, 마치 푸짐한 식사를 마친 듯한 포만감과 따뜻한 완성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속 리, 안젤라, 크리스, 민 그리고 그들의 부모 세대 모두 역시 그 감정을 마음 깊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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