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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라스트 쇼걸 2024(The Last Showgirl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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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파멜라 앤더슨(Pamela Anderson): 셸리(Shelly) 역
제이미 리 커티스(Jamie Lee Curtis): 아네트(Annette) 역
데이브 바티스타(Dave Bautista): 에디(Eddie) 역
브렌다 송(Brenda Song): 메리-앤(Mary-Anne) 역
키어넌 십카(Kiernan Shipka): 조디(Jodie) 역
빌리 로드(Billie Lourd): 한나(Hannah) 역


감독
지아 코폴라(Gia Coppola)


각본
케이트 거스텐(Kate Gersten)


지아 코폴라(Gia Coppola)가 연출한 영화 <라스트 쇼걸(The Last Showgirl)>에 대해 일부 평론가들은 주로 작품의 단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대사가 없는 장면들이 마치 시간을 채우는 느낌이라는 점, 등장인물들이 얕게 그려졌다는 점, 그리고 전체적으로 영화가 잘 엮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러나 평론을 보면 파멜라 앤더슨(Pamela Anderson)의 연기가 훌륭하다는 평은 단 두세 줄 정도로만 언급됩니다.

 

솔직히 말해, 초점이 잘못된 것입니다. 파멜라 앤더슨의 이와 같은 연기는 보기 드문 사건입니다. 이는 단순히 짧게 언급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며, 반드시 주목받아야 할 순간입니다. 앤더슨의 이번 연기는 단순한 '컴백'이 아닙니다. 이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코폴라 감독의 멜랑콜리한 달콤함이 느껴지는 연출 아래, 앤더슨은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서 가장 오래 활동 중인 쇼걸이자,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는 “공룡”과도 같은 존재인 셸리(Shelly) 역을 맡았습니다. 서커스 공연이나 현대적인 누드 버레스크 쇼가 주류가 된 상황에서, 깃털과 보석으로 꾸며진 쇼걸의 세계는 더 이상 현재의 흐름과 맞지 않는 옛 유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셸리는 30년 동안 르 라즐 대즐(Le Razzle Dazzle) 쇼에 출연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녀는 쇼가 지닌 역사적 가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이건 파리 리도의 전통을 이어받은 거예요!”라며 젊은 댄서들에게 이야기하지만, 그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면, 그 가치를 지키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셸리는 자신이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고 느끼지만, 이제 그 역사가 버려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집에서 영화 레드 슈즈(The Red Shoes)를 보며 혼자 춤을 추고, 꿈속에서 헤매며, 자신이 놓쳐버린 더 화려한 시대를 그리워합니다.

 

그런데 르 라즐 대즐 쇼가 2주 후에 폐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셸리는 혼란과 공포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쇼가 없으면 그녀는 누구일까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더 심각한 질문이 그녀를 괴롭힙니다. “이 모든 게 과연 가치가 있었을까?”


쇼의 쇼걸들은 세대를 초월한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약점을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잘못된 남자 선택, 돈 관리 실수 등)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악의나 원망 없이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위기를 극복하려는 연대감이 있습니다. 셸리는 두 젊은 댄서, 키어넌 십카(Kiernan Shipka)와 브렌다 송(Brenda Song)의 '엄마' 같은 역할을 하며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때로는 그들의 반항을 받아냅니다. 

 

또 다른 인물로는 전직 쇼걸이자 현재 칵테일 웨이트리스이자 도박 중독자인 앤넷(Annette, 제이미 리 커티스 분)이 등장합니다. 주황색 태닝 피부와 하얀 립스틱을 하고 있는 그녀와 셸리는 오랜 친구로, 그들만의 과거를 공유합니다. 이들 모두 어느 정도 문제를 안고 살아가지만, 위기를 함께 이겨내는 동료애를 보여줍니다.


특히 에디 역을 맡은 데이브 바티스타(Dave Bautista)는 쇼의 무대 감독으로, 여성들에게 진심 어린 지지를 보내는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에디는 매 순간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감지하며, 모든 것을 이해하는 인물입니다.

각본을 쓴 케이트 거스텐(Kate Gersten)은 TV 드라마 모차르트 인 더 정글(Mozart in the Jungle)과 굿 플레이스(The Good Place)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번 첫 장편 영화 시나리오에서 복잡함을 배제하고 간결한 접근 방식을 택했습니다. 영화는 셸리를 중심으로 몇몇 인물들만 등장시키며,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러한 간결함 덕분에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일 여유가 생겼습니다. 감정적으로 풍부한 이 영화는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부유하며, 셸리와 다른 캐릭터들을 기습적으로 덮칩니다. 이러한 감정은 쉽게 웃어넘길 수 있는 것 같다가도, 결국 무겁게 다가옵니다.

영화의 감정적인 긴장감은 셸리가 과거에 언니에게 맡겼던 딸 한나(빌리 로드 분)가 갑작스럽게 그녀를 찾아오면서 한층 더 고조됩니다. 한나는 현재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있으며, 도대체 무엇이 엄마를 자신의 곁에서 떠나게 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셸리는 딸과의 어색한 관계를 극복하고자 밝은 얼굴로 대화를 이어가려 하지만, 한나의 냉담한 태도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직업적 위기와 더불어 과거의 유령들과 맞닥뜨린 셸리는 결국 점점 무너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때 앤더슨은 셸리와 완전히 하나가 되어 그녀의 절망과 혼란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할리우드는 흔히 아름다운 금발 배우들을 소모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들은 배우를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이를 대가로 삼아 그녀를 평가절하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앤더슨의 이번 연기는 그런 과거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할리우드가 그녀를 얼마나 잘못 다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서 앤더슨은 단순한 '컴백' 이상의 무언가를 이루어냈습니다. 셸리 역은 단순히 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앤더슨의 인생 그 자체를 반영하는 듯합니다.


<라스트 쇼걸>은 우울한 영화처럼 들릴 수 있지만, 셸리라는 인물은 단순히 ‘우울’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녀는 반짝이고 웃으며, 수다스럽고 열정적입니다. 특히, 그녀가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 애쓸 때 그 진심이 더 돋보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밝은 척할 수 없게 되는 순간, 그녀는 마침내 무너집니다. 앤더슨은 이 과정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진실하고 사랑스러운 연기를 선보입니다. 이제 그녀는 스포트라이트의 어둠 속을 응시하며, 과거에 자신을 과소평가했던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히 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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