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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6888 중앙우편대대 2024(The Six Triple Eigh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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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8 중앙우편대대 2024(The Six Triple Eight 2024)

출연
케리 워싱턴 (Charity Adams 역)
샤니스 샨테이 (Johnnie Mae 역)
그렉 설킨 (Abram David 역)
오스틴 니콜스 (Colonel Collins 역)
벤 밴더메이 (Captain Mathews 역)
닉 해리스 (Chaplain Clemens 역)
스콧 다니엘 존슨 (General Lee 역)

감독
타일러 페리

작가
타일러 페리


 

6888 중앙우편대대 2024(The Six Triple Eight 2024)

 

타일러 페리(Tyler Perry)의 감성적인 전쟁 영화 "The Six Triple Eight"에서는 조용해야 할 부분마저도 지나치게 요란하고 극단적으로 강조됩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페리의 첫 번째 시대극 "A Jazzman’s Blues"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혹한 인종차별을 겪었던 전원 흑인 여성으로 구성된 6888th 중앙 우편 관리 대대(6888th Central Postal Directory Battalion)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성 육군단(Women’s Army Corps, WACs)에 관한 영화는 과거에도 등장한 적이 있으나(예: 에드워드 버젤(Edward Buzzell)의 "Keep Your Powder Dry") 흑인 여성 군인들의 존재는 거의 지워져 왔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이야기를 전할 소중한 기회였음에도, 페리의 연출적 한계로 인해 영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6888 중앙우편대대 2024(The Six Triple Eight 2024)


"The Six Triple Eight"은 진심을 담아 만든 작품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페리의 각본은 지나치게 산만하여 하나의 유기적인 서사로 묶이기가 어렵습니다. 영화는 1943년 12월 이탈리아 산 피에트로(San Pietro)에서의 대규모 전투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백인 병사가 참호를 지나 전장을 헤치며 돌진하는 가운데, 격추된 전투기가 불길 속으로 추락하는 아찔한 순간을 목격합니다. 그는 조종사를 잔해에서 구해내며 피로 얼룩진 편지를 건네받는데, 이 편지는 이후 몇 년간 군 창고에서 배달되지 않은 채 남아 있게 됩니다.

이 전투 장면에서 페리는 1942년 펜실베이니아 블룸필드(Bloomfield, Pennsylvania)로 갑작스럽게 시간을 되돌립니다. 이곳에서 주인공 레나 데리콧 킹(Lena Derriecott King, 배우: 에보니 옵시디언(Ebony Obsidian))은 유대인 백인 남자친구인 에이브럼 데이비드(Abram David, 배우: 그렉 설킨(Gregg Sulkin))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6888 중앙우편대대 2024(The Six Triple Eight 2024)

 

그러나 데이비드는 전쟁에서 갑작스럽게 전사하게 되고, 이야기는 다시 1944년 조지아주 포트 오글소프(Fort Oglethorpe, Georgia)로 이동합니다. 이제 막 입대한 킹은 여기에서 메이저 채리티 애덤스(Major Charity Adams, 배우: 케리 워싱턴(Kerry Washington))의 지휘 아래 놓이게 됩니다. 이 모든 사건이 영화의 어수선한 초반부에서 빠르게 전개되면서 관객은 서사적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균형의 결여는 킹과 애덤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엮어내지 못한 점에서도 두드러집니다. 킹은 영화의 감정적 중심축으로 설정되었지만, 그녀는 연인 데이비드를 잃은 슬픔에 사로잡혀 있어 새로운 관계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군인 휴 벨(Hugh Bell, 배우: 제이 리브스(Jay Reeves))조차 약혼자가 있는 상태로, 다소 복잡한 관계를 형성합니다. 킹은 훈련을 견디기에는 너무 작은 체구이며,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엄격한 애덤스의 질책을 받게 됩니다.

6888 중앙우편대대 2024(The Six Triple Eight 2024)


한편, 애덤스는 대대의 활동가적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로, 백인 상관들에게 끊임없는 인종차별을 당합니다. 특히, 백인 여성 군인을 신뢰하지 않는 혐오스러운 장군 홀트(General Halt, 배우: 딘 노리스(Dean Norris))와의 갈등이 주요한 대립축을 이룹니다. 이러한 강한 의지를 가진 두 여성이 함께 등장하는 만큼, 그들의 상호 작용이 강렬한 긴장감을 자아낼 것으로 기대되지만, 페리는 지나치게 감정적인 연설에 집중하는 바람에 두 캐릭터를 실감 나게 구현하는 데 실패합니다. 그 결과, 이들은 마치 ‘엉클 샘(Uncle Sam)’ 포스터에서 튀어나온 듯한 단선적인 캐릭터로 보일 뿐입니다.

대사는 특히 페리의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그의 영화에서는 캐릭터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많으며, 이는 때때로 감동적이거나 유머러스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The Six Triple Eight"에서는 이러한 스타일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습니다. 애덤스는 단호하고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인물이지만, 페리는 그녀에게 너무 과장된 연설만을 부여한 나머지, 케리 워싱턴의 열연조차 평면적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킹과 데이비드 간의 로맨스 역시 마찬가지로 부자연스럽고 딱딱합니다. 마치 1940년대 십대들의 대화가 아니라 빅토리아 시대 연인의 대화처럼 들립니다.

6888 중앙우편대대 2024(The Six Triple Eight 2024)


시각효과(VFX) 역시 조악하게 처리되었습니다. 개막 전투 장면은 너무 평면적으로 렌더링되어, 배우들이 실감 나는 전장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가짜 연기 세트장에서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연기와 불꽃은 마치 솜사탕 같은 질감을 띠며, 배경은 값싼 주석 포일처럼 얇고 비현실적입니다. 세트는 너무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생활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억양과 두꺼운 화장은 지나치게 연출된 느낌을 주어 몰입을 방해합니다.

영화가 해외로 무대를 옮긴 후에도 페리는 이야기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지 못합니다. 군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배달되지 않은 편지를 해결하기 위해, 엘리너 루스벨트(Eleanor Roosevelt, 배우: 수잔 서랜든(Susan Sarandon))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FDR, 배우: 샘 워터스턴(Sam Waterston))에게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촉구합니다. 

6888 중앙우편대대 2024(The Six Triple Eight 2024)

 

이에 따라, 사회운동가 메리 맥클라우드 베툰(Mary McLeod Bethune, 배우: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의 조언에 따라 6888th 대대가 프랑스로 파견됩니다. 그곳에서 여성 군인들은 여전히 인종차별과 관료주의의 벽에 부딪히며, 심지어 전사한 동료들의 장례조차 거부당합니다. 이러한 장면에서 영화는 감동적인 연설을 연이어 쏟아내지만, 관객이 언제 박수를 쳐야 할지 모를 정도로 흐름이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영화에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이 여성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유대감을 보여줄 때입니다. 킹의 친구들은 다소 평면적인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특히 솔직한 성격의 조니 메이(Johnnie Mae, 배우: 샤니스 샨테이(Shanice Shantay))는 유머러스한 요소로 기능합니다. 페리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육감적인 흑인 여성’ 캐릭터의 전형에 가깝지만, 그녀를 비롯한 여성들이 함께 춤을 추거나 서로를 위로하는 순간은 진정한 감동을 자아냅니다.

결국 "The Six Triple Eight"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들의 이야기가 본래 지닌 강력한 감동 요소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페리는 이 위대한 흑인 여성들의 역사를 관객에게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더욱 섬세하게 전달할 수 있는 흑인 여성 감독에게 맡겼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6888 중앙우편대대 2024(The Six Triple Eigh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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