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 시간: 87분
감독:
브렌든 벨로모,
슬라바 레온티예프
출연:
슬라바 레온티예프,
안야 스타센코,
안드레이 스테파노프

외부의 침략자가 한 나라를 완전히 파괴하려 할 때,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 것 중 하나는 그 나라의 문화입니다.
단순히 예술 작품이나 창작물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만든 사람들, 그것을 즐기던 사람들, 그리고 미래에 또 다른 예술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던 사람들까지 말이지요.
다큐멘터리 영화 <Porcelain War>는 이러한 잔혹한 현실을 다룹니다. 러시아의 침공 속에서도 조국에 남아 자신의 예술을 이어가려는 우크라이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말입니다.
그들의 예술은 단순한 창작 활동을 넘어서, 저항의 행위가 됩니다. 심지어 그들이 더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국과 삶을 지켜내야 할 상황에서도 말이지요.
이 영화는 슬라바 레온티예프(Slava Leontyev)와 안야 스타센코(Anya Stasenko)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예술과 삶을 함께해온 파트너입니다.

슬라바는 도자기 인형을 만들고, 안야는 그 표면에 정교한 그림을 그립니다. 이들은 원래 크림반도에서 예술가 친구들과 함께 작업해왔지만, 2022년 러시아의 병합 이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조국을 완전히 떠나지 않고,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40킬로미터 떨어진 하르키우(카르키프)로 거처를 옮깁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회화에서 사진 작업으로 전향한 친구 안드레이 스테파노프(Andrey Stefanov)와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는 리투아니아로 피신한 아내와 두 딸을 그리워하고 있으며, 언제나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사랑스러운 테리어 견 ‘프로도(Frodo)’와 함께 지냅니다.
하르키우에서 슬라바와 안야는 전쟁의 잔해 속에서도 예술 창작을 이어갑니다. 그들의 작은 작품들은 폐허 속에서도 우크라이나 문화가 꿋꿋이 살아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론 전쟁은 예술로만 이겨낼 수는 없습니다. 슬라바는 민간인 부대의 무기 교관으로 활동하고, 안드레이는 드론으로 전쟁 장면을 촬영하며, 안야는 전선에 나갈 드론에 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프로도는… 변함없이 착한 강아지로 등장합니다.

<Porcelain War>는 다소 처절하고 참혹한 영상도 담고 있지만, 결국에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예술 정신은 살아남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슬라바와 안야는 매력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프로도는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감정적으로 크게 몰입되지는 않았습니다.
영화는 더 깊이 있게 다룰 수도 있었던 주제들을 가볍게 지나치며, 마치 선전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단순한 서사를 택하는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예술은 때때로 저항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예술가들이 이제는 무기를 들고 싸워야 할 상황이라면, 그들의 예술과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전쟁이 과연 또 다른 형태의 창조 행위일 수 있을까요?
영화는 이러한 질문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드론에 그림을 그려 전장에 나가는 장면에서는 이러한 이중성을 조용히 드러냅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복잡하고 도전적인 개념보다는, 말릭 영화 같은 시적 영상미, 가족과 연락하는 장면, 그리고 "도자기는 깨지기 쉬우나 결국에는 단단한 재료"라는 식의 은유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이 은유는 결국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기능하지요.
이 영화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고, 2025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 예비 목록에도 올라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졌고, 적당히 흥미롭고, 예술의 힘에 대한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하므로 많은 관객들에게는 충분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너무 따뜻하고 보기 편한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진정으로 강렬하고 의미 있는 작품으로 거듭날 기회는 놓쳐버렸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큐멘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Oceans Are the Real Continents 2025(원제: Los océanos son los verdaderos continen) (0) | 2025.04.25 |
---|---|
그라운드 제로로부터 2024(원제: قصص غير محكية من غزة من المسافة صفر, From Ground Zero 2024) (0) | 2025.04.25 |
브라이언 존슨: 영원히 살고 싶은 남자 2025(Don't Die: The Man Who Wants to Live Forever 2025) (0) | 2025.04.23 |
레지네이터 2024(Resynator 2024) (0) | 2025.01.14 |
생각의 극장 2024(Theatre of Thought 2024) (0) | 2025.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