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코미디
러닝타임: 97분
감독
타일러 스핀델
각본
에이미 슈머
줄리 파이바

출연
에이미 슈머 – 라이니 뉴
질리언 벨 – 케이트
브리아나 하위 – 메건 테일러
윌 포테 – 조쉬 루이스
리지 브로드웨이 – 셜리
데이먼 웨이언스 주니어 – 데이브

스크루볼 코미디의 전제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도 섬세함을 요구합니다. 웃음을 자아낼 만큼 극단적이어야 하면서도, 현실 속에서도 일어날 법한 이야기처럼 보여야 하지요.
그리고 중심 인물들이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기상천외한 계획이 성공하길 바랄 만큼 매력적이라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영화 Kinda Pregnant는 이러한 중요한 요소들에서 여러 면에서 실패하고 있습니다. 에이미 슈머가 연기한 주인공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불쾌한 인물이라서, 그녀가 임신한 척하는 계획을 성공하든 말든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그녀의 내면을 드러내고 연민을 유도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톤의 급격한 변화와 감정 강요로 이어지며 설득력을 잃습니다.
슈머는 이 영화의 공동 각본가이기도 하며, 함께 작업한 줄리 파이바와의 대본에는 산전 요가 중 방귀를 뀌는 농담이나 구강 성교 중의 실수 등 외설적인 유머가 가득합니다.
다양한 신체 부위, 건조한 젖꼭지, 쓰리섬에 대한 언급 등은 노골적인 충격 유발을 목적으로 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 R등급 영화가 얼마나 R등급스러운지 믿기 힘들 거예요!”라는 식이지요.

작년 개봉한 Babes는 일라나 글레이저와 미셸 뷰토가 임신을 겪는 절친한 친구들로 출연하여, 여성이 이러한 친밀한 주제를 어떻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지를 유머러스하고 진실되게 보여주었습니다.
또 10년 전 슈머를 영화계에 스타로 올려놓은 Trainwreck도 부적절한 유머와 따뜻한 감정을 절묘하게 조화시켰죠. 물론 당시 감독은 감각이 뛰어난 베테랑, 저드 아파토우였습니다.
이번 영화의 감독은 타일러 스핀델로, 그는 이전에도 아담 샌들러 제작의 넷플릭스 영화인 The Out-Laws, The Wrong Missy를 연출한 바 있으며, 샌들러의 조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장면 하나하나부터 전체 이야기의 흐름까지 그 균형을 잡는 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간혹 웃음이 터지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맥없이 지나갑니다.
슈머가 연기한 라이니는 처음부터 절박하고 짜증 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영화는 그녀가 어린 시절 친구 케이트와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엄마 놀이를 하며 출산 흉내를 내는 회상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라이니는 브루클린의 중학교 교사로 일하며 여전히 엄마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고, 친구 케이트(질리언 벨 분)가 먼저 임신했다는 사실에 질투심을 느낍니다.

더불어, 오랜 연인이었던 남자친구(데이먼 웨이언스 주니어 분)가 그녀가 기대했던 대로 로맨틱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프러포즈를 하지 않자 충격을 받습니다.
이 장면에서 라이니는 초콜릿 케이크를 얼굴에 바르고 반짝이 드레스를 찢어버린 채 식당에서 비명을 지르는데, 이는 이 영화가 '소리치는 것'을 '웃긴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던 중, 라이니는 케이트의 임부복 쇼핑을 도와주다 장난삼아 임신한 배 모형을 착용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낯선 사람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반응을 받자, 그냥 이대로 밀고 나가기로 결심합니다.

라이니는 그 배를 달고 산전 요가 수업에 참여하게 되고, 그곳에서 실제로 임신한 메건(브리아나 하위 분)을 만나게 됩니다.
메건은 진솔하고 자신감 넘치는 인물로, 라이니는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끼며 친구가 되고 싶어합니다. (하위의 연기는 이 영화의 유일한 진짜 강점입니다. 특히 욕실 바닥에서의 고백 장면은 따뜻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로 이질적인 영화 속에서 돋보이는 순간입니다.)
동시에 라이니는 동네 카페에서 조쉬(윌 포테 분)라는 착한 남자와 운명처럼 마주치는데, 조쉬는 메건의 오빠이며, 최근 이별 후 그녀의 차고에 머무는 중입니다.

그는 라이니가 임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그렇게 하여, 이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진실 공방과 엇갈린 관계가 이 영화의 주된 희극적 긴장 요소가 됩니다.
또한 라이니는 직장에서는 임신한 척하지 않기 때문에 이중생활 속에서 다양한 코미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곳에서는 우르질라 칼슨과 리지 브로드웨이가 각각 성격 과잉의 캐릭터로 출연하지만, 단지 괴짜 특성 몇 가지로만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주변 인물 대부분이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메건의 남편은 자다 핑킷 스미스에 집착하는 이상하고 웃기지 않는 설정으로 등장합니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대부분이 항상 짜증스럽고, 연출자 스핀델은 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닙니다. 어느 순간은 우스꽝스럽고, 어느 순간은 로맨틱하며, 다시 엉뚱하고, 때론 뜬금없이 감정적으로 변하다가, 결국 재앙처럼 끝나는 우스꽝스러운 결말에 도달합니다.

토이저러스에서 쇼핑하는 장면이든, 학교 견학이든, 산전 치료 워크숍이든, 모든 설정이 난장 코미디를 위한 무대처럼 제공되지만, 대부분의 유머는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영화는 1945년 고전 크리스마스 인 코네티컷이었습니다. 물론 완전히 같은 이야기 구조는 아니지만, 이 영화 역시 이상화된 여성성을 둘러싼 거짓말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바버라 스탠윅이 연기한 주인공은 목가적인 삶을 보내는 유명 요리 칼럼니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맨해튼 아파트에 살며 매일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독신 여성입니다. 그녀는 출판사의 부탁으로 전쟁 영웅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이 허구의 삶을 꾸며야 합니다.

크리스마스 인 코네티컷이 탁월한 점은 정교한 인물 설정과 점진적인 유머의 축적으로 코미디를 만들어낸다는 데 있습니다.
바버라 스탠윅의 매력과 완벽한 타이밍이 중심에 자리하면서 관객은 처음부터 그녀의 편이 됩니다. 결국 그녀의 거짓말이 밝혀질 무렵에는, 그녀가 새롭게 맺은 인간관계가 어떻게 반응할지,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잘못을 만회할지를 궁금해하며 보게 되지요.

물론 이런 장르의 정점을 이룬 영화와 해피 매디슨 제작의 넷플릭스 영화인 Kinda Pregnant를 직접 비교하는 건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 중심의 서사가 섬세하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영화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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