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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미세리코르디아 2025(원제: Miséricorde, Misericordia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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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리코르디아 2025(원제: Miséricorde, Misericordia 2025)

장르: 범죄, 드라마, 스릴러

상영 시간: 102분

감독:
알랭 기로디 (Alain Guiraudie)

각본:
알랭 기로디 (Alain Guiraudie)

미세리코르디아 2025(원제: Miséricorde, Misericordia 2025)

출연 배우:
펠릭스 키실 (Félix Kysyl) – 제레미 역

카트린 프로 (Catherine Frot) – 마르틴 리갈 역

장-바티스트 뒤랑 (Jean-Baptiste Durand) – 뱅상 리갈 역

자크 드블레 (Jacques Develay) – 필립 그리졸 신부 역

다비드 아얄라 (David Ayala) – 발터 봉샹 역

타티아나 스피바코바 (Tatiana Spivakova) – 애니 역

엘리오 루네타 (Elio Lunetta) – 킬리안 리갈 역

세르주 리샤르 (Serge Richard) – 장-피에르 리갈 역


미세리코르디아 2025(원제: Miséricorde, Misericordia 2025)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한 죽음은 <미세리코르디아>라는 제목의 프랑스 네오누아르 영화 속에서 불편한 질문들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영화는 겉으로는 분명하지만 실체는 흐릿한 사람들을 다룬 교묘하게 유머러스한 이야기입니다.

전직 주민이었던 제레미(펠릭스 키실 분)는 오랜 기간 소원했던 멘토이자 지역에서 사랑받던 제빵사의 사망 후, 그림처럼 아름다운 생-마르시알 마을로 돌아옵니다.

미세리코르디아 2025(원제: Miséricorde, Misericordia 2025)

모두가 제레미를 원하고 있지만, 그 감정을 고백하기 전, 사람들은 묻고 싶어 합니다.

“제레미는 대체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고, 왜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이곳에 머무는 걸까?”

그 뒤로는 기묘한 오류의 연쇄로 이루어진 유쾌한 블랙 코미디가 펼쳐집니다. 제레미는 자신의 갈피를 잡지 못한 욕망을 좇으려 하지만, 생-마르시알의 사람들은 그의 사생활을 침해하며 평온함을 파괴합니다.

제레미는 꼭 피해자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예상치 못한 새로운 사건들이 닥칠 때마다 어떻게든 평정을 유지하려 애쓰는 그의 모습을 보는 건 매우 재미있는 일입니다.

이처럼 치밀하게 각본이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느긋한 템포를 유지하는 네오누아르는 감독이자 작가인 알랭 기로디 감독의 특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2013년, 히치콕 스타일을 게이 크루징 세계에 접목한 스릴러 <호수의 이방인(Stranger by the Lake)>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세리코르디아 2025(원제: Miséricorde, Misericordia 2025)

<미세리코르디아>는 그 영화와 이후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끌림이라는 신비롭고 우스꽝스러운 속성을 캐릭터 중심의 존재론적 드라마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기로디 감독의 존재론적인 탐구와 초현실적이며 신랄한 유머 감각은 <호수의 이방인> 이후로 더욱 강렬해졌습니다.

특히 2022년작 <영웅은 없다(Nobody’s Hero)>에서 두드러졌는데, 이 영화는 성노동자와 혐오주의자, 그리고 테러리스트로 의심받는 인물 간의 어색한 관계를 다룬 불편한 희극이었습니다.

<미세리코르디아>는 그런 이전 작품들과 유사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관객이 이미 기로디 감독의 전작을 본 경험이 있다면 이 모호한 여정을 그만큼 더 신뢰할 수 있게 만듭니다.

미세리코르디아 2025(원제: Miséricorde, Misericordia 2025)

기로디 감독 특유의 배우 중심 연출 방식은 <미세리코르디아>만의 묘한 매력을 잘 살려냅니다. 제레미는 때로 읽기 힘든 인물이기도 하지만, 그의 엄숙한 얼굴은 대체로 따뜻하고 인내심 있게 포착된 중간 거리 클로즈업으로 제시됩니다.

키실 배우의 날카로운 신체 언어는 영화 속 인물들이 서로를 탐색하는 장면에서 빛을 발합니다. 줄거리의 상당 부분은 제레미가 중심이 된,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주요 사건과 관련되어 있으며, 그는 영화 내내 의심을 피하려 애씁니다.

그러나 생-마르시알 사람들의 전형적으로 오지랖 넓은 성격 덕분에 그가 조용히 지낼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사라지고, 그에게 끊임없이 (말 그대로) 들러붙으려는 이들이 생깁니다. 예컨대 고인의 미망인 마르틴(카트린 프로 분)이나 지역 신부 피에르(자크 드블레 분) 같은 인물들이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인물들이 전부 명확한 의도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내면적 욕망은 종종 모호하게 남습니다. 기로디 감독은 이 설정을 활용해, 제레미와 마을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자기합리화 대화들을 펼쳐 보입니다.

사람들은 제레미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는 대답을 계속 바꾸지만, 사람들은 그를 믿는 듯 보입니다. (그는 연기를 잘합니다.) 그러나 제레미는 언제나 한발 더 나아가거나, 신뢰를 무너뜨릴 만한 말을 하기 때문에, 각 장면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조금씩 고조시키며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오싹한 강렬함을 만들어냅니다.

미세리코르디아 2025(원제: Miséricorde, Misericordia 2025)

후반부에 피에르 신부와 나누는 몇몇 대화는 제레미의 숨겨진 내면 세계를 향한 영화의 예상 밖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제레미는 자신의 행동과 동기를 감추거나 노골적으로 거짓말을 하더라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제레미가 게이이고, 혼자이며, 매력적인 남자라는 사실은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인물됨에 대한 성급한 결론을 내리게 만듭니다. 그들은 제레미를 이용하려 하고, 그는 때때로 그들에게 원하는 것을 주는 듯 보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순간 중 일부는 영화 제목인 ‘미제리코르디아(라틴어로 자비)’가 본격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장면들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제레미가 자신들의 통제 아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제든 그가 자신들을 즐겁게 해주기를 바라고, 그에게 추파를 던지고, 즐기게 해주길 구걸합니다.

제레미에게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억눌린 생각과 욕망을 투영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제레미가 그들 안에서 무엇을 보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미세리코르디아 2025(원제: Miséricorde, Misericordia 2025)

우리는 타인에게 자비와 동정을 베풀며 무엇을 기대하고, 또 낯선 이들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기로디 감독은 영화 <미세리코르디아> 전체에 걸쳐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쉽게 내놓지 않으며, 등장인물들의 성격 묘사를 끝까지 견고하게 유지합니다.

제레미는 침묵하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지만, 그 특성 자체가 이 영화를 이끄는 중심적인 힘이 됩니다. 그러나 그가 진심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로디 감독이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인지, 그리고 제레미라는 인물에게 정말 내면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관객은 제레미가 각기 다른 위태로운 상황으로 계속해서 휘말려 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느릿하지만 노골적인 누아르적 전개와, 사실적이며 재치 있는 대사를 통해 점차 냉소적이고 존재론적이며 흙냄새 나는 동시에 건조하게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의 정서에 빠져들게 됩니다.

미세리코르디아 2025(원제: Miséricorde, Misericordia 2025)

영화는 결코 따라가기 어렵지 않으며, 기로디 감독의 전작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더욱 쉽게 빠져들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인물들이 너무 우스꽝스럽거나 사소해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기로디 감독은 끝까지 우리의 시선을 놓치지 않습니다.

<미세리코르디아>는 매 장면마다 관객의 기대를 전복시키며, 감독은 끝내 이 모든 과정이 혹시 관객을 가지고 노는 건 아닐까 싶을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습니다.

미세리코르디아 2025(원제: Miséricorde, Misericordia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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