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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피쉬 볼 2025(원제: La pecera, The Fishbowl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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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 볼 2025(원제: La pecera, The Fishbowl 2025)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93분

감독: 글로리마르 마레로 산체스 (Glorimar Marrero Sánchez)

각본: 글로리마르 마레로 산체스 (Glorimar Marrero Sánchez)

피쉬 볼 2025(원제: La pecera, The Fishbowl 2025)

출연배우:

이셀 로드리게스 (Isel Rodriguez) – 노엘리아 역

모데스토 라센 (Modesto Lacen) – 주니 역

마갈리 카라스퀴요 (Magali Carrasquillo) – 플로라 역

막시밀리아노 리바스 (Maximiliano Rivas) – 호르헤 역

조르지나 보리 (Georgina Borri) – 쿠카 역

아나민 산티아고 (Anamín Santiago) – 마리아 역


피쉬 볼 2025(원제: La pecera, The Fishbowl 2025)

영화 <The Fishbowl>, 혹은 스페인어 제목 <La Pecera>는 상징 속에서 울림을 찾아가는 명상적인 작품입니다.

암과 싸우는 여성의 이야기를, 병든 섬의 모습과 병치시키며 서로를 비추는 방식으로 전개하지요. 이 작품은 과도한 감상이나 과장된 절망에 기대지 않고, 그저 조용히 마음을 흔들며, 감정의 파도에 실려 관객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당깁니다.

이 작품은 글로리마르 마레로 산체스(Glorimar Marrero Sánchez) 감독의 데뷔작으로, 주인공 노엘리아(이셀 로드리게스 분)가 욕조에서 평온한 몽상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장루 주머니에서 피가 새어 나오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요. 이런 상황은 처음이 아닙니다. 그녀는 복부의 통증이나 출혈과 같은 불길한 징후들을 남편 호르헤(막시밀리아노 리바스 분)에게 숨기고자 해왔습니다.

노엘리아는 계속해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싶어 합니다. 친구 니나의 생일 파티에 가서 마리화나를 피우고, 맥주를 실컷 마시며, 수족관처럼 청록빛 조명이 감도는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며 마치 보호막 속에 들어간 듯한 순간을 누리지요.

하지만 그녀가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할수록, 진실은 점점 더 거부할 수 없는 형태로 다가옵니다. 응급실에 간 끝에 그녀는 암이 전이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피쉬 볼 2025(원제: La pecera, The Fishbowl 2025)

호르헤는 방사선 치료를 더 받거나,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실험적 치료법을 제안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파인 얼굴과 구부정한 자세에서 드러나듯, 노엘리아는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입니다.

결국 그녀는 호르헤의 설득을 듣기보다, 푸에르토리코 본섬의 산후안에서 페리를 타고 조금만 가면 도착하는 작은 섬 비에케스로 떠납니다. 그곳에는 그녀의 어머니 플로라(마갈리 카라스키요 분)가 살고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비에케스를 방문해본 적이 있다면, 아마 그곳의 엽서 같은 풍경을 기억하실 겁니다. 눈부신 파란 수평선, 넓고 하얀 해변, 거리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말들, 그리고 다른 세상처럼 신비로운 생물발광 만(灣)까지요.

저도 그곳을 여행했을 때, 이런 아름다움을 즐기고 열대성 폭풍을 버텨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풍경 아래에는 식민주의의 상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영토로서 미국 해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를 지니고 있지요. 미국은 무려 60년 동안 비에케스를 실탄 훈련장으로 사용했으며, 이에는 우라늄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지금도 섬 곳곳에는 미처 터지지 않은 폭탄들이 남아 있고, 수십 년간 이어진 포격으로 인한 오염은 여전히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피쉬 볼 2025(원제: La pecera, The Fishbowl 2025)

산체스 감독의 각본은 노엘리아를 이 섬의 역사적 맥락에 정교하게 배치합니다. 그녀는 어머니 플로라에게 위안을 얻고자 이곳을 찾기도 하지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중독된’ 이 섬과 어떤 유대감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비에케스에 도착하자마자, 노엘리아는 두 명의 주민이 최근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영화는 명확하게 그 원인을 설명하진 않지만, 우리는 이 독성 환경과 주민들의 취약한 건강 상태를 쉽게 연결 지을 수 있습니다.

노엘리아는 이 섬에 머무르며 곧 미국이 남기고 간 폭탄과 침몰한 배들을 치우기 위해 활동하는 지역 주민들과 정치적으로도 연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해체되어 가는 모습을 담기 위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섬의 풍경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편집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요.

<The Fishbowl>의 사색적인 분위기만 보면 이 작품이 우울하고 무거운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에는 생을 긍정하는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노래하고 춤추며, 어루만지고 보살피며, 바라보고 느끼는 순간들이 가득하지요.

노엘리아의 여정은 자포자기의 파괴로 향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이 속할 곳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가족과 공동체라는 존재가 어떤 처방약보다도 강력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피쉬 볼 2025(원제: La pecera, The Fishbowl 2025)

이따금씩, 로드리게스 배우의 육체적 연기가 전달하는 노엘리아의 여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실험적이고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고통과 순응을 뒤섞어 시각화하려는 듯한 영상들이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화가 노엘리아의 ‘선택의 순간’에 집중할 때,

그녀가 자신의 병과 그에 대한 대응을 정의하려 할 때,


<The Fishbowl>은 단지 생태적 메시지를 넘어서서 관객을 깊이 휘감는 감동을 전합니다.

피쉬 볼 2025(원제: La pecera, The Fishbowl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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