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범죄
상영 시간: 116분
감독:
싱 J. 리
각본:
크리스토퍼 첸,
싱 J. 리

출연진
히엡 찐 응이아 (Long Mã 역)
더스틴 응우옌 (Tây 역)
피 부 (Eddie 역)
달리 벤살라 (Aden 역)
가브리엘 챈 (Lan Mã 역)
비비엔 응오 (Alice 역)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우연한 도주 운전사》는,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서 세 명의 탈옥수에게 잠시 인질로 잡혔던 한 베트남계 미국인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마이클 만 감독의 범죄 스릴러, 특히 《콜래트럴》이나 《씨프》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품으로, 밤의 풍경을 넓은 와이드스크린으로 맑고 선명하게 담아낸 촬영과, 생각에 잠긴 얼굴들을 비스듬하게 포착한 클로즈업이 특징적입니다.
하지만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들과 달리, 이 작품은 훨씬 작고 조용한 규모의 영화입니다. 본질적으로는 무대극을 차 안에서 펼치는 형태이며, 중간에는 모텔 방에서의 긴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이가 많고 조용한 주인공 택시기사 롱 마(Long Mã) 역은 베트남 배우 히엡 찐 응이아(Hiep Tran Nghia)가 맡았는데, 그는 50세가 되어서야 연기를 시작한 인물입니다!

그는 과거 전쟁 시절에 군인이었지만, 나이를 무시당하다가 결국은 담벼락을 타고 오르고, 천창으로 침입하며, 적의 목을 그어버리는 전형적인 “늙었지만 강한 남자” 액션 영화의 주인공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총구가 얼굴을 향하지 않아도 사람을 짓누르는 상실, 실수, 후회, 그리고 놓쳐버린 기회들에 관한 심리극입니다.
마치 《클럭스(Clerks)》의 단테처럼, 롱 마 역시 그날 일할 예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늦은 밤 장을 보던 중 휴대전화로 호출을 받았고,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디스패처의 설득에 못 이겨 결국 운행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탑승합니다.
다소 불안정해 보이며 거칠고 폭력적인 성향의 아덴 살리(Aden Salhi, 달리 벤살라 분), 친근하면서도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테이 즈엉(Tay Dưỡng, 더스틴 응우옌 분), 그리고 어려 보이는 얼굴의 에디 리(Eddie Ly, 피 부 분)입니다.
이들은 롱 마의 낡은 택시에 올라타서 어디론가 향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들 스스로도 목적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요?

구체적인 계획은 모호합니다. 하지만 롱 마는 곧 자신이 인질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합니다.
이 영화는 특정한 종류의 서부극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무고한 인물이 범죄자들에게 인질로 잡혀,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는 동안 힘으로는 저항할 수 없어 말이나 심리전으로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거나, 내부 갈등을 유도해 탈출의 실마리를 찾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다만 롱 마는 의도적으로 계산하며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와 범죄자들 간의 개별적인 대화들이 처음에는 남성적 자존심이나 침묵의 규범 때문에 막히는 듯하다가도, 점차 서로 간의 인간다움을 일깨우며 관계를 쌓아가게 됩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들 중 일부는, 범죄자 중 한 명이 롱 마를 바라보거나 그의 말을 들으며 가만히 생각에 잠긴 얼굴을 포착한 클로즈업 장면들입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이 노인을 단순한 ‘콜래트럴(부수적 피해)’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듯한 복잡한 감정이 비칩니다. 장편 데뷔작에서 싱 제이 리(Sing J. Lee) 감독은, 공동 각본을 쓴 크리스토퍼 천(Christopher Chen)과 함께, 인물 연기와 비주얼을 안정감 있게 이끌어냅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스태프 및 배우들과 공유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감독입니다. 특히 촬영감독 마이클 페르난데즈(Michael Fernandez)는 ‘부재의 공간(negative space)’을 훌륭히 활용하는 마법사 같은 존재입니다. 이 영화는 작은 예산으로도 커다란 분위기를 창출해내는 드문 작품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사려 깊고, 존엄하며, 때로는 감동적인 면도 있습니다. 다만 이야기 자체로만 보면, 영화가 116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을 소화하기에는 다소 연료가 부족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고, 몇몇 장면에서는 시각적 구성이 너무 형식적이어서 배우들의 연기를 오히려 가려버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두운 모텔 방 안에서의 대화 장면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만 보이고 방 내부는 보이지 않아, 감정선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작지만 독자적인 분위기와 세계관을 창조하고, 관객을 그 안에 자연스럽게 몰입시키는 인상적인 첫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완결된 작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약속, 혹은 구체화되지 않은 아이디어에 더 가까운 느낌도 줍니다. 반복해서 보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내는 그런 작품이라기보다는 말이지요.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각자 매우 다른 톤—자연스러운 방식부터 다소 과장된 방식까지—으로 연기를 펼치지만, 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영화의 이야기와 주제를 강화시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중에서도 히엡 찐 응이아는 단연 돋보입니다. 그는 ‘연기’한다기보다 그저 화면 속에 ‘존재’합니다. 영화 연기와 무대 연기의 가장 큰 차이는, 영화 연기는 순간의 협업이라는 점입니다.

한 베테랑 배우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좋은 연기는, 다른 예술가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감정적·지적으로 열려서, 마치 ‘인간 캔버스’처럼 그들의 에너지를 담아내는 연기다.”
《우연한 도주 운전사》에서 히엡 찐 응이아는 바로 그런 연기를 보여줍니다. 영화 제목처럼, 그가 영화를 ‘훔칠’ 의도는 없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마치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에 넣어두고는 잊어버린 것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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