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기 위해 지는 중이다.
꽃은 자기 아름다움을 비교해 질투를 해도 스스로 나무라지는 않는다.
꽃은 항상 자기 중심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꽃을 피운다.
꽃은 다시 피기 위해 지는 중일 뿐이다.
바바라는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의 여선생이다.
그녀는 소극적인 레즈비언으로 이미 한 차례 학교에서 다른 여교사와 스켄달을 일으킨 경험이
있다.
60대의 여교사로 혼자 독신으로 살며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그녀는 간혹 전에 사귀던 여교사의 방문을 받는다.
그러나 그녀로 채울 수 없는 무언가의 허전함으로 늘 세상을 두리번 거리며 때로는 아무 것에도 연연하지 않는 듯 초연하게
지리한 일상을 꾸려나간다.
바바라는 어느 날 다소 들뜬 듯하고 화사한 분위기를 지닌 40대 초의 여교사 쉬바가 부임해오자 그녀를 지켜 보며 마음을 설레인다.
그녀는 젊은 그 여교사를 엿보며 아름다운 여선생의 시선도 현실에서 빗껴 나 있는 것을 발견한다.
쉬바도 지리한 일상에서 무엇인가에 대한 막연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바바라는 그녀의 표정을 훔쳐보며 그 꿈을 쫓고 있는 것을 눈치 챈다.
막연한 열망, 대상이 없는 그리움, 삶에 대한 열정과 매혹은 '여성의 본질적인 꿈'이다. 이런 여성의 꿈은 생리적인 현상으로 마치 피고 지는 꽃과 같이 일어났다 스러지는 것이다.
새로 부임한 미술교사인 쉬바도 항상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나이 많은 남편과 16살인 딸과 다운신드룸을 앓고 있는 막내 아들 사이에서 삶에 지루함 느끼고 어디로 탈출을 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있다.
쉬바는 정원 한 구석에 창고를 자기 작업실로 마련하고 일상중에 그곳으로 탈출해 '막연한 혼자'를 즐기며 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곤 하다 어느 날 학교에서 15살의 학생에게 연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생기발랄한 소년의 신선한 모습에서 잃었던 막연한 꿈의 대상으로 감정을 이입해 가며 스스로 당황해 한다.
쉬바의 시선은 항상 어린 남학생을 찾아 쫓아가고 바바라의 시선은 그런 쉬바를 찾아 숨가쁘게 움직인다.
그러나 그녀는 멀리서 쉬바를 바라보며 음미할 뿐이다.
어느 날, 바바라는 쉬바에게 초대를 받는다.
그녀는 들뜬 마음으로 마치 연인을 만나러 가는 여인처럼 미장원에 가서 새로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을 곱게 하고 잘
차려입은 다음에 마침내 그녀가 바라던 열망의 대상인 쉬바의 집을 방문한다.
그런 그녀의 자연스럽지 못한 옷 차림새를 보고 쉬바의 딸은 조롱어린 표정으로 짖궂게 묻자, 바바라는 나중에 행사장으로 갈것이라고 둘러 댄다.
아무도 늙은 여교사가 쉬바를 좋아하고 있다고는 눈치 채지 못한다.
바바라는 쉬바를 좋아하지만 서두르거나 필요이상으로 가까이 가지 않으며 냉정할 정도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녀는 어느 날 학교의 교실에서 쉬바가 어린 학생과 정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불륜을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바바라는 그들의 관계를 이용해 자기에게 '쉬바'를 끌어당길 수 있도록 교묘하게 관계의 거리를 조절해 자신에게 가까이 끌어 당기려고 시도한다.
일반 관객들은 바바라의 엿보기를 할일 없는 늙은 여선생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변태적인 시선으로 지켜볼 것이 틀림없다.
또 쉬바가 어린 남학생에게 연정을 느끼는 것을 불편하게 보며 거북살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늙은 여교사의 눈에 비추어진 40대 초의 쉬바는 '아름다움 정령이자 화신'이자 '잃어버린 바바라의 꿈'이다.
쉬바에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자기 딸보다도 어린 연인도 역시 '쉬바의 잃어버린 막연한 꿈 같은 것'이다.
두 사람의 시선안에는 일상에 대한 허무와 여자들이 놓지 못하는 그 막연한 꿈이 들어있다.
바바라는 쉬바를 협박하여 남학생과의 관계를 끊고 자기와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을 은근하게 강요한다.
그러나 쉬바와 남학생과의 관계가 계속되자 그녀는 마침내 남학생의 부모에게 일러바치고 만다.
마침내 그들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모두 깨지고 만다.
남학생의 엄마가 쉬바의 집으로 달려와 한바탕 난리를 피고 그녀의 남편은 '왜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을 하지.'
하며 자기의 실망감을 표하고 16살난 딸은 자기보다 어린 애하고 관계를 맺은 엄마에게 사정없이 질타한다.
그녀는 마침내 바바라의 집으로 가 잠시 동안 있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이것은 쉬바를 사랑하던 바바라가 원하는 것이었다.
바바라의 집에서 '미성년자와의 성교혐의'로 이제 정식으로 기소가 되어 구속될 것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쉬바는 바바라가 출근한 틈에 그녀의 '비밀 노트'를 발견한다.
그리고 바바라가 자신을 관찰하며 기록한 것을 발견하고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 자신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던 행위라는 것을 알게 돼 절규한다.
한편 바바라는 미성년자하고 여교사와의 성행위로 발칵 뒤집힌 학교에서 교장에게 퇴직을 강요 받는다.
이 사건의 중심에 그녀가 있다는 것을 안 학교 동료 교사도 그녀에게 싸늘한 눈초리를 보낸다.
그들의 위험한 열망과 막연한 꿈을 쫓았던 사랑의 게임으로 마침내 두 사람은 파멸하고 만다.
여인의 잃어버린 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쉬바와 15살 소년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순수에의 열망'이란 자기 감정에 충실한 40대 여인의 무모한 패션과 열망이 산란스럽게 펼쳐진 것을 보고 우린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미성년자와의 성행위는 영국에선 파렴치범으로 살인범보다 더 혐오스런 손가락질을 받고 그 가정은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며 그 자녀들은 평생을 어두운 그늘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
지켜보기 불편한 이 이야기는 영국의 유명한 문학상을 받았던 원작 소설을 영화한 것이다.
탄탄한 원작에 바바라의 역을 주디 덴치가 맡아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41살의 여 교사역을 역시 탄탄한 여배우 케이트 블랜쳇이 맡아 연기를 했다.
약간 빈 것 같은 백치 같은 얼굴에 신비한 우아함이 있는 케이크 블랜쳇의 배역이 역시 영화를 살려 주
고 있다.
쉬바의 남편은 괴로워하며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을 하지....'
이 장면을 보면서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여자는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포기하기 전에는 언제나 외로워 한다.
스스로 사랑을 받는 다고 생각하는 동안에 잠시 외로움을 잊을 뿐 여자는 돌아서서 다시 외로워한다.
스스로 여자라는 것을 잃지 않고 사는 여자일수록, 더욱 외로움을 타기 마련이다.
여자의 '막연한 꿈'과 늙어가는 한 여자의 질투가 결국은 주변을 파멸로 몰아 버리고 만다.
이 이야기는 결국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꽃은 언제나 꽃으로, 꽃은 항상 피고 진다.
그 꽃은, 꽃은 자기 아름다움을 비교해 질투를 해도 스스로 나무라지는 않는다.
꽃은 항상 자기 중심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꽃은 꽃은 다시 피기 위해 지는 중일 뿐이다.
꽃은 시간과 상관없이 연륜과 상관없이 꽃은 언제나 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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