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의 연인들
사랑, 사랑이야기 그러나 다른 이야기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가 짜임새를 갖추고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아마도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러브스토리는 이렇게 주로 젊은 남녀 간의 사랑을 수 세기 동안 다루어왔다.
주로 젊은 청춘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나 또는 시련을 극복하고 얻게된 사랑이야기....
과거에도 소위 불륜이라는 이름의 통정이 빈번했으나 그것을 왠지 사람들은 러브 스토리의 범주에 넣지 않았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와선 자주 이 금지된 사랑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에서 이 불륜의 사랑을 아름답게 묘사한 것은 잘 알려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있다.
그러나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브리프 엔카운터(Brief Encounter, 1945) 라는 영화가 있다.
우연히 기차역의 휴게실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유부녀와 유부남의 이야기는 당시 사회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한국에서도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후에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남녀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던져 주기도 했다.
이후 불륜의 러브 스토리의 주제도 다양해졌다.
아직도 인종차별의 편견이 심할 때, 중산층의 백인 부인이 흑인 정원사와 불륜에 빠진 천국으로부터 멀리(Far from Heaven), 그리고 최근에는 딸의 남자 친구와 사랑에 빠진 중년 부인의 겉잡을 수 없는 욕망과 갈등을 그린 영국의 영화가 있었다.
사실 이같은 넘어서는 안되는 사랑의 이야기는 단순하게 아슬아슬한 유부녀의 사랑이라고 비난하거나 도덕적으로 난도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인권(人權)과 깊은 관계가 있다.
자의식이 성숙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선택과 자신의 내적 성장으로 인한 눈을 뜨고 만나는 대상은 사실 자아가 반영된 내적인 사랑의 갈등과 반영일 수도 있다.
최근에 러브 스토리는 이제 사랑이 젊은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도 나이와 상관 없이 할 수 있다는...과히 사랑에 있어서 혁명적인 전환의 구성이 영화와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실 영화나 문학은 사람들의 욕망을 카피한다. 감추어진 욕망을 그림이나 문자로 보여주고 사람을 사로 잡으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개봉된 영화 Something's Gotta Give에서 보는 것처럼 사랑은 나이와 젊음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고..언제든지 찾아 올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인기를 끌었다.
이런 현상들은 사실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다. 왜 사랑에 대한 애틋하고 아름다운 감정을 젊은 왜 청춘 남녀만 느껴야 한단 말인가.
우리의 삶은 수 많은 변화를 거듭하면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느낀 감정이 어제 느낀 감정보다 더 아름답고 새로운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대상을 만날 때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최근에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개봉한 영화 Ladies in Lavender는 이러한 연령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족히 70대가 가까이 되는 두 할머니가 레반더라는 영국의 작은 어촌에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산책중에 바다에 떠밀려온 젊은 폴란드 바이올니스트를 발견한다.
이들은 극진히 치료를 하면서 이 청년에게 사랑에 빠진다.
언니인 자넷(Janet)은 우실라가 청년에게 아주 깊이 빠지자 걱정을 하며 지켜본다.
우실라는 그 청년과 바다를 산책하면서 순수한 소녀의 애틋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한밤중에 일어나 청년의 침실로가 지켜 앉아 엿보기도 하고 또 꿈 속에서 함께하기도 하는 사랑의 홍역을 앓는다.
우실라의 역에는 주디 덴치가 그리고 언니인 자넷 역에는 매기 스미쓰가 맡았다.
안드레 역에는 다니엘 브루흘이 열연을 했다.
이 영화는 70대에 가까운 할머니들이 한 낯선 젊은이한테 빠진 할머니의 소녀 같은 사랑이야기다.
한국식으로 본다면 노망난 할머니의 주책스런 연정이지만....이 영화를 보게 되면 몇 가지의 점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모든 여자는 죽을 때까지 아름다운 꿈을 잃지 않는다.
단지 삶이 피곤하고 곤궁하여 표현을 하지 못하고 살 뿐이다.
둘째, 사랑은 누가 누구에게나 할 수 있고, 또 죽을 때까지 할 수도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구성은 결국 고객을 사냥하러 나선 감독의 입장에서의 창작이지만...많은 이들에게 감동은 주었다는 것은 결국....또 다른 인권의 확장이다.
그것은 실버 에이지의 소리이기도 하다.
고목 나무도 결코 죽지 않았고 사랑을 느낄 수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도 있다는 항변이기도 하고이젠 사랑이란 애틋한 감정이 청춘 남녀의 것이 아니라 노년층의 것이라는 사회적인 여망도 실려 있다.
이렇게 우린 문학과 영화 예술을 통하여 우린 각 세대간의 삶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이 영화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인 찰스 댄스의 영화 감독으로서의 데뷰 작품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아주 노련한 감독이 만든 영화처럼 군더더기가 없다.
마치 린시드를 많이 써서 그린 유화처럼 아름다운 한편의 그림 같은 영화이다.
두 노련한 여 연기자가 펼치는 연기도 볼만하지만 소품과 의상을 잘 활용해 100여 년 전의영국의 농촌과 어촌 모습과 생활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특히 섬세하게 선택한 의상과 소품의 활용은 과히 눈여겨 볼만하다.
조연급으로 출연한 화가로올가가 그림을 그리며 입은 차이나 스타일 선이 강조된 가운, 그리고 밀집모자 위로 쭈구려 사용한 센스는 의상을 맡은 담당자의 안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실라와 자넷이 마지막 런던의 공연장에서 입은 색이 드러나지 않은 의상이 선으로 준 아름다움이 아주 진하게 남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소품과 의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또 러브 스토리의 구성(plot)에 있어 하나의 전환기를 만들어 준 영화이다.
이 영화는 할머니들의 순정을 엮어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만들었다.
솔직히 필자가 수채화 같은 그림이라고 표현하지 못하고 린시드를 듬뿍 써서 그린 담백한 유화 같은 그림 같은 영화라고 표현한 것은 바로 이 여인들의 연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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