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만약에 재판관이라면 이런 베라에게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임신중절은 여성들에게 가장 예민한 문제중의 하나일 것이다.
여성들의 권리와 종교적인 모랄, 혹은 사회적인 관습, 인간의 욕망, 또는 사랑과 본능이 뒤 섞인 무거운 주제임이 틀림없다.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선 칼로 무를 자르듯이 찬 반이나 긍정과 부정적인 의견을 쉽게 내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일생에 있어서 단 한번의 낙태를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그것은 분명 하늘로부터 축복 받은 여성이 틀림없다.
마치 금단의 열매를 먹고 신으로부터 받는 형벌과 같은 낙태는 여성에겐 평생 지울 수 없는 삶의 자죽이 틀림
없다.
베라 드레이크(Vera Drake)는 바로 여성들의 낙태 문제를 간접적으로 다룬 영화다.
그러나, 각본을 손수 쓴 Mike Leigh의 감독은 영화의 초첨을 여성들의 권리나 임신중절에 대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다소 비껴서서 접근 하고 있다.
1950년대의 런던의 워킹 클라스의 한 여인, 베라 드레이크를 중심으로 전개된 이야기는 마치 비오는 날의 어둡고 칙칙한 창 밖 풍경을 묘사하듯이 다루고 있다.
영화 중의 베라 드레이크는 자동차 수리공 남편과 장성한 두 자녀와 함께 살며 남편에겐 헌신적이고 밝고 명랑한 여인이다.
남편은 그녀를 다이아몬드라고 추켜 세우며 자신의 부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미들 클라스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이웃과 사람들에 대한 따듯한 마음을 잃지 않고 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인생을 낙천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여인이다.
이 밝고 순순한 베라 드레이크(Vera Drake)에게 20여 년동안 남편과 아이들에게 숨겨온 비밀이 있었다.
가족이 다 모인 기쁜 어느날 마침내 그 문제가 밖으로 노출 된다.
베라와 남편은 과년한 딸을 결혼시키지 못해 늘 고민하다 마침내 이웃의 청년에게 프로포즈를 받고 전가족이 기쁨에 들떠 작은 파티를 연다.
이 때 경찰이 들여닥쳐 베라를 체포한다.
그 때까지도 전 가족은 그녀가 왜 체포 되었는지 모른다.
마침내 가족들은 베라가 20여 년동안 임신을 해선 안될 여성들의 낙태를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동안 베라에게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을 소개시켜준 여인은 전쟁중에 물건을 몰래 파는 암거래상이었다.
그 암거래상은 중간에서 돈을 받었지만 베라에게는 돈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숨겼다.
아마도 베라의 성품으로 돈을 받았다면 그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자기가 하는 일이 어디가서 말못하고 고민하는 미혼 여성들을 돕는 일이라는 신념하에서 한 행위였던 것이다.
여러분이 만약에 재판관이라면 이런 베라에게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실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를 통하여 여성의 성(sex) 과 여성의 권리, 여자란 무엇인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남성들도 여성의 임신 중절 문제에 대해선 자유스러워질 수 없다.
때로는 책임의 전부를 부담해야하고 언제나 최소한 절반의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성의 낙태와 임신 중절은 여성들의 은밀하고 부끄러운 주홍글씨의 낙인처럼 각인이 되어 있다.
Mike Leigh 감독은 아주 솜씨있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순수하고, 순진무구한 한 여인의 캐릭터를 창조해 관객들에게 슬며시 밀어 넣고 있다.
그는 <임신중절>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연민이란 아주 부드러운 감정을 덮어서 던져 놓았다.
이 영화는 100% 순수한 영국영화다.
미국 영화가 대규모의 자금과 폭넓은 관객을 겨냥해 모든 것을 뭉뚱거리며 일반성과 보편성을 지향해 대중들의 관심과 감정이입을 유도한다면, 영국 영화는 미시적인 상황을 설정해 특수한 상황설정에서 다시 보편성과 일반성을 끌어내고 있다.
베라 드레이크(Vera Drake)는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영국 영화의 쫄깃쫄깃한 맛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 1950년 대의 런던의 모습과 전형적인 코크니의 생활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영국 사회와 서구 문화에 대해서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더욱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또 질식할 정도로 뛰어난 연기자들의 연기도 돋보이는 영화다.
이 영화는 뛰어난 작품성과 연기 등으로 브리티시의 아카데미 상이라 할 수 있는 BIFA의 작품상, 남여 배우연기상 등을 휩쓸었다.
금년도 아카데미 상에서도 좋은 결과를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미 미국에서도 개봉되어 비평가로부터도 좋은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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