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안젤리나 졸리: 마리아 칼라스 역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 페루초 메자드리 역
알바 로르바처: 브루나 루폴리 역
할룩 빌기너: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 역
코디 스밋 맥피: 만드락스 역
발레리아 골리노: 야킨티 칼라스 역
감독
파블로 라라인
각본
스티븐 나이트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서 공포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그 장르를 은근히 암시하며 관객의 관심을 끌어왔습니다. 이는 《토니 마네로》(Tony Manero)에서 주인공이 존 트라볼타가 출연한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며, 2023년 가장 대담한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정치 풍자극 《엘 콘데》(El Conde)에서는 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 영화는 피노체트를 250년 된 뱀파이어로 묘사한 독창적 상상력의 결정체였습니다. 이러한 장르적 특징은 라라인 감독의 서서히 가슴을 저미게 하는 심리 드라마 《재키》(Jackie)와 《스펜서》(Spence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20세기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여성들의 삶을 다루며, 초현실적인 감각을 불어넣었습니다.
이번에 라라인 감독은 《마리아》(Maria)를 통해 미국-그리스계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의 마지막 날들을 조명하며, 자신의 '역사적 여성 영화'를 거의 완벽한 3부작으로 완성합니다. 이 작품은 그가 텔루라이드 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후 여러 차례 다시 보게 만든 강렬한 작품입니다. 《마리아》가 감독의 전작들 중에서 가장 섬세하고, 가장 뛰어난 이유를 곱씹어 본 끝에 답은 명확해졌습니다. 라라인 감독은 오페라 애호가로서, 《재키》나 《스펜서》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감정적인 보호본능을 칼라스에게 드러냅니다.
《마리아》에서도 심리적 긴장감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라라인 감독은 관객이 칼라스가 겪는 잔인한 현실을 목격하더라도, 그녀를 고통에서 최대한 지켜주고자 합니다. 칼라스는 1977년 5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이 영화는 그녀의 비극적인 삶을 단순히 슬프게 그리지 않고,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우리 손을 떠나가며 점점 사라져 가는 모습을 목도하게 만드는 연민 어린 유령 이야기로 담아냅니다.
안젤리나 졸리는 칼라스를 연기하며 우아함과 신비로움을 갖춘 연기를 선보입니다. 그녀는 목소리를 잃어가며 깊은 슬픔에 빠진 천재 소프라노의 고통을 완벽히 표현해 냅니다. 영화 초반, 흑백의 고대비 화면에서 칼라스가 베르디(Verdi)의 《오텔로》에서 “아베 마리아”(Ave Maria)를 부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는 과거를 향한 작은 기도인 동시에 현재와의 대면입니다. 이 장면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대부분 칼라스 본인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라라인 감독은 일부 안젤리나 졸리의 목소리도 섞어 사용했다고 전해집니다. 졸리는 노래를 부를 때 얼굴 근육을 긴장시키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통해 실제로 노래를 부르는 듯한 감각을 전달합니다.
졸리는 절제된 연기로 칼라스가 자신의 음역과 높은 음을 effortless하게 소화했던 예술적 스타일을 재현합니다. 졸리가 종종 차가운 인상을 줄 때도 있지만, 《마리아》에서는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며 칼라스의 마지막 나날의 고통과 희열을 공감적으로 그려냅니다. 그녀는 파리의 웅장한 아파트를 배회하며, 고딕적 색채로 가득한 이 공간이 칼라스를 일종의 감정적 고립 속으로 감싸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칼라스의 곁에서 그녀를 따뜻하게 감싸는 헌신적인 직원들 브루나(알바 로르바허)와 페루초(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의 존재를 통해 인간미를 더합니다. 또한, 약물 중독 상태에서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칼라스의 모습을 코디 스밋 맥피(Kodi Smit-McPhee)가 창의적으로 의인화하여 표현합니다. 이 외에도, 그녀는 무례한 언론과 팬들의 침입을 견디며, 그리스-아르헨티나 출신 사업가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터키 배우 할룩 빌기네르의 훌륭한 연기)와의 험난한 로맨스를 회상합니다.
의상 디자이너 마시모 칸티니 파리니는 칼라스의 실제 의상을 정교하게 재현하거나 새롭게 디자인한 작품을 통해 영화의 시각적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라라인 감독은 영화 속 파리의 컬러 장면과 칼라스의 흑백 회상을 대비시키며, 단순히 칼라스를 이해하려는 시도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그녀를 향한 애정을 느끼게 만듭니다. 오페라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이 작품이 지닌 섬세함과 따뜻함에 마음이 움직일 것입니다.
특히, 감독은 벨리니(Bellini), 푸치니(Puccini), 도니체티(Donizetti)의 전곡 아리아를 영화 내러티브에 끼워 넣어 관객들에게 완벽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는 오페라를 대중에게 친근하게 전하며, 예술은 누구나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것임을 증명합니다.
《마리아》를 통해 마리아 칼라스라는 인물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핵심은 바로 칼라스를 완벽히 이해하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라라인 감독이 칼라스에 대한 깊은 사랑을 우리와 공유하려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의 가장 큰 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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